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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톱에 피습’ 광주 경찰관…당시 바디캠 영상 없는 이유는?[취재메타]
경찰관 직무집행법서 바디캠 최소 사용토록 규정
112신고 ‘행인 폭행’ 종료된 후라 바디캠 못 켜
내부에서 흉기 준비할 것으로 예상 못해 무방비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22일 오전 광주광역시 조선대병원을 찾아 범인 검거 과정에서 흉기에 부상을 입고 치료 중인 광주경찰청 남부경찰서 소속 부상경찰관을 위로했다.[경찰청 제공]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19일 저녁시간 광주 남구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남성이 날 길이만 25㎝인 톱으로 경찰관을 무차별 테러한 사건이 충격을 안겼다. 참혹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은 알려졌지만 바디캠(경찰착용기록장치) 영상은 없다. 처음 112에 신고접수된 사안은 종료된 이후여서 바디캠을 켜고 출동할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경찰에 신고된 사안은 A씨(50대)가 광주 남구 송하동의 한 도로에서 일면식도 없는 행인을 폭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광주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 경찰관 3명이 출동했으나 이미 A씨는 현장에서 도주한 상태였다.

경찰관들은 A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30여분간 탐문을 진행, 멀지 않은 곳에 있는 A씨 자택을 찾았다. 대문 앞에서 A씨에게 나올 것을 요구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대문이 열린 순간 A씨는 총 길이 39㎝, 날 길이 25㎝의 톱을 들고 나와 경찰관들의 얼굴과 몸을 무차별적으로 내려쳤다.

이때 대문 바로 앞에 서있던 B 경감은 순식간에 이마와 왼쪽 다리를 베였다. C 경사는 이마와 오른쪽 뺨이 톱에 베였다. D 경위는 A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손가락 인대가 파열됐고 또 다른 손가락과 팔꿈치, 뒷목, 얼굴 등에도 열상을 입었다.

당시 정황은 모두 현장 경찰관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A씨 자택은 범죄 현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디캠을 켜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5에 따르면 경찰착용기록장치(바디캠)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사용토록 정해져 있다.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전 또는 직후일 것’ 그리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을 것’이 모두 충족되어야 바디캠을 켤 수 있다. “행인을 폭행하고 있다”는 범행은 A씨 집을 찾아가기 30여분 전에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그래서 바디캠을 켜지 않고 대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한 현직 경찰은 “만약 집안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면 가정집 방문할 때도 바디캠을 켜고 출동한다”며 “이 사건은 단순히 A씨 신병을 확보하러 간 거라 범죄현장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目前)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범죄행위를 긴급하게 예방 및 제지하는 경우’에도 바디캠을 켤 수 있는데, A씨가 집 안에서 톱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이 항목 역시 적용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현장 경찰관이 바디캠을 사용하는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녹화 시작 전에 촬영 대상에게 미리 고지를 해야하는데다, 촬영하는 동안에도 장치의 불빛이 깜빡거리게 해 녹화중임을 계속해서 주지시켜야 한다. 이에 난동을 피우는 민원인과 피의자들이 촬영을 거부하며 행패를 부리는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캠 장치도 열악하다. 촬영 즉시 서버에 저장되는 방식이 아니라, 내장 SD메모리카드에 저장되며 화질도 좋지 못하다고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바디캠 촬영 영상이 실시간으로 서버에 저장되고,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수사목적 외에도 재난 상황이나 순찰 과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재범 우려를 감안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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