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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주기형’ 주담대 출시·금리인하 붐
5년마다 금리변동 상품 속속 내놔
스트레스 DSR 적용, 한도상 유리
추가 출시·혼합형 대비 인하 검토

글로벌 리스크에 따른 금리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은행권이 5년 주기로 대출금리가 변동되는 ‘주기형’ 상품 취급 늘리기에 나섰다. 주기형 상품을 추가로 출시하거나, 대출금리를 하향 조정해 차주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정책모기지를 제외한 은행 자체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을 연말까지 30%로 확대하도록 하는 새 행정지도를 실시하면서 은행들은 주기형 주담대 상품 판매 증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2월 말 변동금리형이나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금리로 전환)보다 주기형 주담대에 대출한도를 더 부여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제도 시행에 발맞춰 주기형 주담대를 잇따라 출시했었는데, NH농협은행처럼 소비자 관심 제고를 위해 추가로 상품을 출시하려는 곳도 있다.

주기형과 혼합형 주담대의 금리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두 상품은 최초 5년 간 대출금리가 고정되는 특성이 똑같은 만큼, 대부분의 은행들은 금리를 동일하게 적용하거나 주기형을 조금 더 낮춰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의 주기형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리 관련 인센티브가 더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들이 주기형과 혼합형의 금리를 거의 비슷하게 운영하는 상황”이라며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 주기형이 대출한도 측면에서 좀 더 유리해지기는 했지만, 그간 현장에서 굳이 권유하지 않았던 주기형 취급을 늘리려면 주기형 금리를 인하하거나 혼합형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기형을 중심으로 한 고정금리형 주담대 확대 방안의 변수는 글로벌 경제·정치 리스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중동의 지적학적 갈등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주기형, 혼합형 등 고정금리형 주담대는 준거금리인 은행채의 등락을 곧바로 반영하는 반면,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시장금리 반영에 시차가 발생한다. 앞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시장금리 반영이 늦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변동금리형 주담대 선호가 뚜렷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3월 말 3.900~6.941%에서 이달 23일 3.820~6.813%로 하락한 반면,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3.080~5.691%에서 3.190~5.888%로 상승했다. 은행채 금리가 상승세인 만큼,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더 빨리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주기형 주담대 취급을 늘리는 게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5년 뒤 시중금리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금리 고점에 물리게 될까봐 주기형보다 혼합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차라리 최초 고정금리 적용기간을 5년보다 더 늘리는 게 낫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금융당국은 주기형을 중심으로 한 고정금리 주담대 확대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장기 자금조달 관련 부담을 낮추기 위한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활성화 방안이 그 일환이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서비스에 규제 특례를 부여했으며, 중장기적으론 금리변동위험 헤지(회피)를 지원하는 스왑뱅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혼합형보다 주기형이 고정금리를 택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데 더 적합한 상품이라는 판단이 있었다”며 “시중에 있었던 혼합형 주담대 금리를 주기형으로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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