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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銀, 충당금 부담에 신용등급 줄강등
페퍼저축銀 연체율 급등탓 적자↑
OK·웰컴저축銀등도 하향조정
유동성 비율 악화 우려도 솔솔

저축은행권이 연체율 급등에 따른 충당금 부담으로 올해도 실적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 다중채무자 분류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앞으로 쌓아야 할 충당금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모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법정규제비율(8%)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충당금은 늘어나고 유동성 대응 능력이 떨어지면 이 비율도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형사 신용등급 강등에 업권 ‘술렁’=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저축은행업권은 다소 놀란 분위기다. 페퍼저축은행은 업권 자산 순위 상위 5위 안에 포함되는 대형사인데다, 통상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등급 전망은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여전히 ‘부정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충당금 부담에 따른 적자 폭 확대 가능성 등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페퍼저축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업권 공통 우려사항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전체 자산의 5%에 불과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50.2% 수준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고금리 여파로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영업장을 정리하고 다른 업종으로 사업을 변경하면서, 그에 따라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페퍼저축은행이 지난해 말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1696억원으로, 전년(1231억원) 대비 465억원 증가했다.

이같은 충당금 적립 부담과 고금리 예금 취급에 따른 이자 비용, 조달 비용 증가 여파로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07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2년 4.71%에서 지난해 말 12.86%으로 솟구쳤다.

최근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다른 저축은행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페퍼저축은행처럼 대형사로 꼽히는 OK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도 BBB+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각각 7.56%, 7.77% 수준이다.

이밖에 키움저축은행, 더케이저축은행, 바로저축은행도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23%, 9.7%, 10.66%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충당금 내자니 부담, 대출 채권 매각은 이견 커=저축은행업권은 당장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페퍼저축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저축은행 신용등급도 떨어질 가능성을 보고 있다. 신용등급이 BBB-에서 한 단계 더 강등돼 BB(투기등급)이 되면 퇴직연금 사업자 자격을 잃어 신규 퇴직연금을 유치할 수 없게 된다. 퇴직연금은 저축은행 자금조달 수단 중 하나로, 일부 은행에서는 수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충당금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하반기부터 저축은행업권에 다중채무자에 대한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을 주문한 상태로, 79개 저축은행이 쌓은 대손충당금은 지난 해 말 기준 6조3002억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는다는 것은 비용 처리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자본금이 줄어들게 된다”면서 “그러면 악화된 유동성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증자할 여력이 있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연체율 하락 등 건전성 관리를 위한 대출 채권 매각이 시급한 상황인데, 이마저도 시장과 업권 간 이견이 커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채권 매각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회수 가능성이 보이는 채권의 경우에도 가격 책정이 너무 낮게 되는 경우가 있어 협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72%로, 2022년 말(4.08%) 대비 3.64%포인트 뛰었다. BIS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3.15%에서 14.35%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혜현 기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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