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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냄새에 국물 뚝뚝” 귀찮은 음식물쓰레기, 단돈 5만원에 해결했다 [지구,뭐래?]
음식물쓰레기 퇴비통의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최근에 버린 시금치 아래로 하얀 곰팡이가 슬었다. 발효에 도움을 주는 곰팡이라는 설명이다.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10ℓ짜리는 싱크대 아래에도 쏙 들어가요. 3일에 한번 정도 물을 비워주면 돼요”

날이 풀릴수록 음식물쓰레기를 관리하기 어려워진다. 음식물쓰레기 봉투 하나를 다 채우기까지 냄새가 나거나 벌레가 꼬이는 데다 흥건해진 봉투를 버리는 것도 고역이다.

그래서 사는 게 음식물 처리기. 하지만 가격도 수십 만원 대인 데다, 필터 교체에 전기 사용 등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음식물쓰레기에서 빠져나온 수분을 빼는 모습. 발효를 거쳐 액체 비료가 됐다. 물에 희석해 화단 등에 뿌려도 된다. 주소현 기자

여기 단돈 5만원짜리 전용 통만 사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만드는 것. 이걸 실제로 실천해 일상화한 마을이 있다. 직접 찾아가 봤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 분해정원. 주소현 기자

지난 19일 인천 계양구 귤현동경로당과 귤현초등학교 사이의 공원. 산책길 사이에 140ℓ 들이 플라스틱 통이 엎어져 있다. 이곳은 귤현동 주민 8명이 음식물쓰레기를 모으는 퇴빗간 ‘귤현동 분해 정원’이다.

정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퇴빗간 주위로 벽돌을 두르고 튤립 등 계절에 맞는 꽃을 심어뒀다. 악취도 없고 벌레도 날아다니지 않았다. 가까이 가서 설명이 적힌 팻말을 읽어보지 않는 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없을 정도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 분해정원. 주소현 기자

귤현동 분해 정원은 주민자치위원회 내 소모임으로 2021년 5월에 시작됐다. 이 정원이 특별한 건, 정원을 가꾸다 보니 퇴비를 필요해진 아니라 거꾸로 퇴비를 사용하기 위해 정원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퇴비화는 가장 친환경적인 음식물쓰레기를 처리 방식으로 꼽힌다. 쉽게 썩는 음식물의 특성을 살리면 스스로 만든 쓰레기를 스스로 쓰레기를 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시인들은 기껏 음식물을 퇴비화해도 쓸 땅, 밭, 화단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귤현동 주민들은 합심해 공원 한 켠에 음식물쓰레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질 좋은 퇴비가 계속 공급되다 보니 공원의 흙도 더 건강해졌다. 이아롬 귤현동 분해정원 운영위원은 “처음 정원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흙이 건조해 비가 와도 금방 말랐다. 꽃들이 말라죽을까봐 거의 매일 물을 줬다”며 “4년 차가 되니 지렁이와 두더지가 생기고, 흙이 수분을 잘 머금어 정원 관리가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인천 계양구 귤현동 분해정원. 주소현 기자

퇴빗간은 140ℓ씩 두 개다. 10명 안팎의 회원들은 음식물쓰레기를 한 달에 최대 20ℓ까지 버릴 수 있다. 이조차 음식물쓰레기를 곧장 버리는 게 아니라, 각 가정에서 물기를 빼고 발효를 하고 가져오기 때문에 실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그 이상이다.

발효한 음식물쓰레기를 가져오기 때문에 정원에서 악취가 나거나 벌레 꼬이지 않는다. 음식물쓰레기를 곧장 버리지 않고 발효 과정을 거치면 장점이 많다는 게 귤현동 분해정원의 설명이다. 음식물쓰레기가 생길 때마다 버리지 않아도 되고 수분을 빼면서 부피도 줄어든다. 흙이 바로 받아들이기 좋은 상태가 된다는 점도 있다.

무엇보다 음식물쓰레기를 2~4주 모으다 보니 스스로 식습관을 돌아보게 된다. 이아롬 운영위원은 “과일이나 채소가 많을 때는 달달한 향이 나고, 고기나 유제품을 많이 먹을 때에는 시큼한 향이 난다. 먹은 음식에 따라 용변의 향, 색이 달라지는 것과 비슷하다”며 “또 관리할 수 있을 양만큼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주민들도 꽤 많다”고 설명했다.

10ℓ 들이 음식물쓰레기 퇴비통은 싱크대 하부장에 꼭 들어간다. 음식물쓰레기 퇴비통은 그늘지고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곳에 둬야 발효가 잘 된다. [귤현동 분해 정원 제공]

귤현동 분해정원과 같이 퇴비를 모을 수 있는 공간은 국내에는 없다시피 하다. 마음이 맞는 주민들이 모여야 하고 부지도 확보해야돼서다. 해외에서도 음식물쓰레기 퇴비화를 정원을 가꿀 여력이 되는 이들의 ‘고상한 취미’로 보는 시각도 있다.

퇴비로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음식물쓰레기 발효 과정 자체도 꽤 유용하다는 게 귤현동 분해 정원 사람들의 이야기다.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곤혹스럽게 하는 건 결국 수분이기 때문이다. 이아롬 운영위원은 “음식물쓰레기의 물기만 빼고 버려도 악취 없이 수거와 운반할 수 있고 처리 시설도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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