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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처법 유예·유통산업발전·소득세법…끝내, 정쟁에 밀려 민생법안 외면한 국회 [민생·경제 입법, 빈손국회]
국회 계류법안 1만6353건…법사위 1691건
대부분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수순
여야 간 입장차 크지 않은 법안도 상당수 포함
고준위 특별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진척 없어
“졸속 발의 후 페기 속출, 국회 일 안 한 징표”
“유종의 미 거두기 위해 마지막 입법 활동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지판 뒤로 국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40일 후면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된다. 여야가 다음 달 본회의를 열어 마지막 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대부분 자동 폐기가 불가피해보인다.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그동안 제출된 법안들이 자동으로 백지화되기 때문이다. 민생법안을 비롯해 경제법안들도 대거 폐기될 수순이어서 임기 마지막까지 입법 활동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18일 기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691건이다. 입법 과정에서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로 가기 직전 단계가 법사위란 점을 감안하면, 법사위에 앞서 각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에 머물러 있는 법안은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국회 전체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6353건이다.

이 가운데는 여야 사이 이견이 크지 않은 민생법안, 경제법안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안’이 대표적이다. 원자력 발전소 가동으로 발생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와 저장시설 건설 관련 사항 법제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이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3개 법안 모두 관련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도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보호하기 위한 처벌 강화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정부 승인 강화를 담은 일부 규정에 대해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진행이 멈춘 상태다.

대형마트가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의 대상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산자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소관 상임위인 ‘푸드테크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도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지난해 6월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안, 같은 해 8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안이 각각 제출됐고, 심지어 이 의원 대표 발의안엔 한 의원과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식품산업과 첨단·혁신기술 융복합 기반을 마련하고, 푸드테크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어서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의 경우 총선 전 여야가 논의를 이어가다 중단됐고,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는 내용의 법이 이미 시행됐다. 소상공인과 영세업체에 대한 처벌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산업계와 경영계에서 시행 유예를 요구해 여야가 올초 논의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조건으로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하는 안을 두고 여야 타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반대 의견이 다수 제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본회의 모습. [연합]

원내 1당이자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민생법안, 경제법안을 최대한 처리하고자 하지만 총선 이후 국민의힘이 상임위를 비롯한 회의 자체에 부정적이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의 경우 국회법상 이유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다면 소관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 법사위에 장기간 머물고 있는 법안의 경우 소관 상임위 논의로 본회의에서 다루도록 할 수가 있는데, 현 국회 상황상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따로 이 요건을 갖추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커서 남은 21대 국회 임기와 총선 이후 상황을 감안할 때 사실상 처리가 불투명한 법안도 있다. 정부·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야당이 반대한 법안들이 특히 그렇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총선 이후 논의가 불투명해졌다. 현행 법률은 4조 1항에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본점을 두려면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법안은 아직 법사위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 관련 국가재정법 개정안도 기획재정위원회 심사에 멈춰 있는 상태다. 예산안 또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때 국내총생산(GDP)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하는 경우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2%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지면서 동력을 잃었다.

여당이 공약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또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도 국토교통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안이 켜켜이 누적됐지만 대다수가 자동 폐기를 앞둔 상황을 두고 국회가 임기 마지막까지 입법 활동에 진력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에 “졸속으로 발의만 해놓고 상임위에서 심사를 제대로 안 하거나 또는 본회의에서 통과도 안 시키고서 임기 만료에 따라 자동 폐기 법안들이 속출하게끔 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일을 안 한 징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4년 동안 국민의 세금을 받았으면 낙선이 됐건 아니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 마지막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andy@heraldcorp.com
y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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