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기업과 주주행동주의의 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중동 지역 갈등과 관련해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될 때까지 긴장감을 갖고 비상대응체계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외환·원자재 전문가, 금융지주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들을 불러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분쟁 격화에 따른 현재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이란-이스라엘 충돌 직후 가동되고 있는 금감원 비상대응계획에 따라 마련된 자리다.

이 원장은 “다양한 시장불안 상황에서 축적된 위기관리능력으로 금번 중동사태 충격도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등으로 고환율·고유가·고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이란의 공습 직후 가동한 비상대응체계에 따라 단계별 안정조치를 시행하고, 금융시장에 과도한 불안이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시장과 즉시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또 외환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국내 금융회사의 외화자산·부채에 대한 포지션 관리를 강화하고, 급격한 외화자금시장 악화에 대비해 충분한 크레디트라인(신용한도) 확보 여부 및 비상조달계획 실효성 등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고금리·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큰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해서는 기업 자금수요 애로사항 점검과 사전적 채무조정 지원을 적극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등 부실자산 신속 정리와 함께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유도하라는 주문도 내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시장 전문가들은 중동 갈등 고조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후퇴에 따른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환율 상승, 주가 하락 등 우리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으나, 이는 위험회피성향 강황에 기인한 것이지 경제의 펀더멘털은 매우 견조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외환 전문가들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오르긴 했지만, 스왑베이시스, CDS프리미엄 등 외환시장 지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지주 CRO들은 국내 금융권의 이란-이스라엘 관련 익스포저가 총 3억달러에 못 미쳐 전체의 0.1%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가별 익스포저 한도 등 위험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원활한 외화조달 상황 덕에 외화차입금 가산금리나 외화유동성 규제비율도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