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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유엔美대사, 취임 후 첫 방한에 판문점 찾아 “선결 조건 없는 대화”
북측 군인, 판문각에서 토마스-그린필드 대사 일행 관찰
“美, 北에 적대적 의도 없어…협상 테이블에서 대화하라”
2021년 대사 임명 후 첫 방한…주유엔美대사는 8년만에
안보리 제재위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 앞두고 대응책 논의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16일 오전 북한 판문각에서 군인들이 채증을 하고 있다. 사진=청사사진기지단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취임 후 처음 방한한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가 1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해 “생산적인 대화는 선결 조건 없는 대화”라고 밝혔다.

미국의 유엔 외교를 총괄하는 최고위급 인사로는 8년 만의 방한으로, 직접 판문점을 방문해 조건 없는 외교적 대화를 통한 협상을 촉구한 것이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오전 유엔사측의 안내로 DMZ 내 남한 대성동 마을과 돌아오지 않는 다리 등을 둘러보고 자유의 집에서 하차해 판문점으로 향했다.

북측 판문각에서는 권총을 소지한 북한군 1명이 문 앞에서, 나머지 2명의 북한군이 쌍안경으로 대사 일행의 방문을 관찰했다. 지난해 11월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한 후 북한은 공동경비구역에서 재무장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어 자유의집 옥상에서 도보다리 등을 설명 듣고, 캠프 보니파스 식당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와 미군 소속 여군들과 점심식사를 한 후 취재진과 만났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16일 오전 경기 파주시 판문점 일대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청사사진기지단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여기 남쪽으로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는 민주주의와 번영을, 북쪽으로는 억압과 고립을 볼 수 있는 세상”이라며 “진정한 평화와 공존은 여전히 도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의심할 여지 없이 북한의 도발적 수사, 잘못된 의사 결정,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 때문”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역내 및 전 세계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우리는 평양에 도발을 거부하고 대화를 수용할 것을 반복해서 요청했다”며 외교적 대화의 문을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성실하게 협상 테이블에 나타나는 것”이라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화롭고 안정된 한반도와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위치를 이용해 북한을 보호하고, 최근에는 유엔 회원국이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과 제재 회피 노력을 알아내는 것을 막아섰다”며 “진실을 숨긴다고 해서 사실이 바뀌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길을 되돌릴 것을 촉구한다”며 “북한은 외교를 선택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건설적인 대화를 약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16일 오전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마을에 사는 시민들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청사사진기지단

토마스-그린필드 대사의 방한은 2021년 1월20일 대사 임명 이후 처음이다. 앞서 2021년 12월 서울에서 열린 유엔 평화유지(PKO)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오미크론 확산으로 회의가 화상으로 개최돼 방한은 무산됐다. 주유엔 미국대사가 방한한 것은 2016년 10월 서맨사 파워 전 대사의 방한 이후 8년 만이다.

토마스-그린필드 대사는 14일부터 20일까지 한국과 일본 순방에 나선 것은 이례적으로,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해 북한의 제재 위반 사례를 조사해 발표하는 최고 권위 기구인 전문가 패널은 매년 결의 채택 방식으로 임기를 1년씩 연장해 왔는데, 러시아의 반대로 임기 연장이 불발돼 오는 30일로 종료된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UN) 미국대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방문한 16일 오전 북한 황해북도 기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청사사진기지단

미중 패권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질서가 변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비호하면서 추가 대북제재나 성명 발표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안보리 무용론’이 지적돼 왔다,

러시아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열린 러시아의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총회 공개토의에서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이번 결의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는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명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으로 전례 없는 밀착을 이어오면서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이 강화돼야 하는 시점에 러시아의 거부권(veto) 행사로 전문가 패널 활동이 종료되면서 국제사회의 지탄과 함께 대북제재 이행과 감시에 대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주유엔 미국대사가 중동 정세 등 긴박한 상황에서 한국을 찾은 것은 전문가 패널 임기 종료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고, 한국, 일본과 마음이 맞는 다른 이사회 회원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창의적이고 틀에서 벗어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총회이든, 유엔 외부기관이든, 전문가 패널이 수행해 온 중요한 업무를 계속 이어갈 방법을 찾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잇달아 면담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의 대북 제재 레짐(규범)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여타 회원국의 결의 이행을 위한 안보리 내 협력도 계속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조 장관과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패널 임무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데 대해 깊은 실망감을 표명하고, 새로운 유엔 대북 제재 이행 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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