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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당 못할 데시벨·벅찬 눈물…데이식스, 모두가 청춘이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3일간 3만 4000명 만난 데이식스
10년 내내 청춘의 상징·청춘의 음악
실내체육관 감당 못할 데시빌의 떼창
데이식스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3일간 3만 4000명의 마이데이(데이식스 팸덤)와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데이식스, 웰컴 투 더 쇼!”

“너와 함께 하는 미래가 위태로울지 몰라”도, 한 조각 숨어 있을지 모를 ‘감동’을 찾아 ‘함께 하자’고 맹세(‘웰컴 투 더 쇼’ 중)한다. 아련한 마음 담아 “제발 너를 사랑하게 해달라”(2024 미니 8집 ‘사랑하게 해주라’)고 노래하고, 자신을 원망하는 눈빛으로 “행복하라던 마지막 그 인사도 사랑인 줄 몰랐”(미니 8집 ‘그게 너의 사랑인 줄 몰랐어’)다고 토해낸다. 그 모든 것이 청춘이었다.

‘청춘의 사운드’는 멈추지 않았다. 초여름의 새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하얀 상의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한 마이데이(데이식스 팬덤)와 데이식스는 더이상 “혼자가 아닐 무대”로 돌아왔다. 이날 이곳은 나이, 성별, 국적에 관계 없이 모두가 청춘이었다.

데이식스는 지난 12~14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데이식스 콘서트 ’웰컴 투 더 쇼‘(DAY6 CONERT ’Welcome To The Show‘)’를 열고 3일간 3만 3000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360도 원형 무대를 세우고 1층 좌석을 스탠딩으로 꾸며 관객들을 빽빽하게 채우자 기존 실내체육관 콘서트보다 약 1.5배에 달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었다.

데이식스 성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군백기(군+공백기의 합성어)를 마치고 돌아온 데이식스 완전체 공연의 ‘피날레’ 무대에서 네 명의 멤버들은 쉴 새 없이 내달렸다. 최근 발매한 미니 8집 ‘포에버(Fourever)’의 타이틀곡 ‘웰컴 투 더 쇼’로 시작한 뒤 2. 3층 관객들까지 일으켜 세우더니 ‘베터 베터(Better Better)’, ‘러브 파라다이스(Love Paradise)’, ‘더 파워 오브 러브(The Power of Love)’, ‘행복했던 날들이었다’, ‘딥 인 러브(Deep in Love)’까지 한풀이하듯 목청을 높였다.

데이식스는 JYP엔터테인먼트 최초의 아이돌 밴드로 2015년 데뷔, 어느덧 10년을 달려왔다. “노래밖에 할 줄 모르던” 리더 성진이 “춤을 너무 못췄던” 것이 데이식스 탄생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연습생 시절 밴드라면 우리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JYP의 방침에 데뷔까지 미뤄가며 그들의 음악을 만들어왔다.

데이식스 원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들이 K-팝 신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독특하다. 그동안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밴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차 없이 완벽한 퍼포먼스와 댄스곡 위주의 음악, 화려한 비주얼과 스타일링, 보는 콘텐츠의 정점을 찍는 뮤직비디오 등 모든 요소를 결합해 완성하는 K-팝 신에서 데이식스는 K-팝 팬덤은 물론 다양한 연령대의 리스너를 흡수해 장르의 지평을 넓혔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K-팝 산업이 요구하는 아이돌의 자질까지 갖춘 팀인 셈이다. 무엇보다 보통의 밴드가 프론트맨에게 강력한 애정이 쏟아지는 것과 달리 데이식스는 네 명 중 세 명(성진, 영케이, 원필)이 보컬을 나눠가지고, 막내 도운이 드럼으로 중심을 잡아주며 모두가 밴드에서 대등한 지분과 인기를 나눠가지고 있다.

데이식스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음악이다. 데뷔 10년차가 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청춘의 밴드’다. 20대 초반에 시작한 데이식스의 이야기는 막내 도운을 제외하고 30대에 접어든 현재에도 유효하다. 특히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선 5~7년 전 발매한 곡들이 지금도 역주행 중이다. 군백기 때부터 역주행 돌풍을 시작한 ‘예뻤어’는 멜론 일간 차트에 108일 연속 진입해 현재도 10위에 올라 있고,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는 105일 연속 진입해 현재 12위에 안착해있다.

데이식스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3일간 3만 4000명의 마이데이(데이식스 팸덤)와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데이식스의 공연은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었다. 데이식스는 밴드의 강점을 살려, 마이데이의 ‘전용 밴드’를 자처했다. 이날도 ‘예뻤어’를 부른 뒤 영케이는 관객들을 위해 노래방 시간을 마련했다. 멤버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예뻤어’를 열창하는 ‘마이데이’의 고운 음색이 울려퍼졌다. 영케이는 “2017년에 발매된 곡인데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마이데이가 불러주셔서 (역주행이) 가능한 것 같다”며 “2019년에 이 공연장에 왔는데, 360도 공연으로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것도 여러분의 덕이다”라고 말했다.

‘예뻤어’에 이어 ‘졸아합니다’를 연주하자, 마이데이는 기다렸다는 것이 가사를 슬슬 외워 들려줬다. 밴드의 팬덤답게 마이데이는 노래도 즐겼다. 데뷔곡 ‘콩그레이추레이션스’는 파트까지 야무지게 나눠 소화하며 1만 1000여명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완성됐다. 영케이는 “데이식스가 마이데이를 어떻게 이기냐”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데이식스 영케이.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밴드의 공연답게 데이식스의 콘서트는 라이브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스위트 카오스(Sweet Chaos)’(2019년 정규 3집 타이틀곡), ‘나만 슬픈 엔딩’에선 데이식스의 본질을 만날 수 있었다.

데이식스가 다양한 연령대를 팬덤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음악 안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지나온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에겐 지금의 나를 들여다 보게 한다. 화려하게 치장한 미사여구가 아닌 ‘일상의 언어’들로 써내려간 진솔한 이야기가 주는 ‘위로의 힘’이 세다. “나는 아직 너는 모른다”(‘포 미(For Me)’)고 고백하면서 “이젠 알아주고 싶다”고, “혼자 잘해왔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영케이는 “이 곡을 마이데이가 자신들에게 들려주고, 불러주길 바란다”고 했다.

불안한 미래를 사는 청춘들의 속내를 고백하듯, “매일 웃고 싶다”고 “걱정 없고 싶다”고, “답 좀 알려달라”(미니 8집 ‘해피(HAPPY)’)고 토로하는 이야기에선 데이식스의 지나온 날과 모든 청춘들의 오늘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을 부르던 중 원필은 눈물을 쏟아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지만, 그 순간 원필을 바라보며 폭소하는 도운과 영케이의 모습도 압권이었다.

데이식스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3일간 3만 4000명의 마이데이(데이식스 팸덤)와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를 마친 이후 원필은 관객들을 향해 “다 이 사람들 때문”이라며 “‘해피’라는 노래가 딱 이 감정 같다. 슬픈게 아닌데 벅차서 슬픈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살아가는게 쉽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 잘 살아가고 있다”며 “모두 행복해질 거다. 우리가 노래하고 이런 가사를 쓰는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위로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데이식스의 이야기는 결국 모두의 행복과 평안으로 향해있다. 기왕이면 ‘우리 함께’, ‘모두 다 같이’ 행복의 길을 걷자고 한다. 리더 성진은 “아직 행복을 모르니 계속 찾아가는 것 같다.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확실히 아는 행복이 있다”며 “우리가 너희를 생각하듯이 너희가 우리를 생각하는 것, 그게 행복이다. 행복은 정의하기 나름이니 우리 모두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케이는 “‘해피’라는 곡은 ‘나는 행복할 수 있냐. 행복해도 되겠냐’고 질문을 던지는 곡이다. 이 노래를 서로에게 부르며 대답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데이식스가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3일간 3만 4000명의 마이데이(데이식스 팸덤)와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콘서트에서 데이식스는 총 21 곡을 소화하는 2시간 동안 무대에서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 데이식스와 함께 마이데이는 지치지도 않고 실내체육관이 쾅쾅 울리도록 뛰며 공연장이 감당 못할 데시벨의 함성과 떼창을 이어갔다. 2, 3층의 객석도 무의미했다. 관객들은 데이식스 멤버들이 “앉으라”고 할 때를 제외하곤 내내 스탠딩으로 공연을 즐겼다.

잠시 ‘마이데이 라이브’ 시간을 가진 뒤 객석에서 다시 등장한 데이식스는 ‘마이 데이(My Day)’부터 총 7곡의 곡을 들려주며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공연의 정수를 보여줬다.

막내 도운은 공연을 마치며 “오늘이 마지막 공연이지만, 데이식스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이게 바로 벅찬 감정인 것 같다. 우리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고 했고, 원필은 “이 시간 함께 노래하다 보니 무언가 연결된 것처럼 느껴졌다. 잊지 못할 공연을 선물해줘 감사하다”라며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힘든 날들이 찾아와도 잘 버텨서 끝까지 악착같이 살아가보자. 오늘 이 공연장에서 나가면 우리는 더 행복해지는 거다”라고 했다. 리더 성진은 “마이데이는 늘 우리가 생각한 것을 뛰어넘는 감동을 준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잘하고 싶은 욕심에 걱정도 많은데, 그 힘듦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마이데이 덕분이다.늘 행복할 순 없지만, 살아가는 사이사이 행복을 끼워넣으며 함께 걸어가보자”고 했다.

마지막 곡인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까지 장장 3시간 동안 이어진 공연은 “어둠을 밀어내는 빛처럼 황홀한 느낌”(‘더 파워 오브 러브’)(2024년 미니 8집 수록곡)을 안고, 모든 청춘의 ‘한 페이지’로 남았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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