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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이 꿈꾸던 봄, 감동의 통영국제음악제[함영훈의 멋·맛·쉼]
유치환 형님, 김춘수 아우와 통영 르네상스
음악제 29일 개막, 클래식,국악,디지털 망라
동원중 시민악단, 학생~시민 음악도시 가꿔
원래 윤이상음악제 “이름 넣어야 뜬다” 여론도

[헤럴드경제, 통영=함영훈 기자] “통영에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음악제가 시작됐습니다. 통영이 고향이신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님은 이런 봄을 꿈꾸셨습니다. 이제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선생의 망향을 넘어, 아시아 클래식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올해의 주제는 ‘순간 속의 영원’입니다.”

윤이상 선생의 생전 모습
천영기 통영시장이 옛 조선소 부지를 음악관광빌리지로 도시재생하는 구상을 서울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천영기 통영시장은 29일 저녁 ‘2024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리셉션에서,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을 떠올리며 음악제의 개막을 선포했다.

▶유인촌 장관, “세계적인 음악제 되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통영을 방문, 축사를 통해 세계적인 음악축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박완수 경남시장은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국제행사’로 규정한 뒤,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통영국제음악당

전 세계는 윤이상을 향해 열광하는데, 과거 정권의 공안조작 사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최종 무죄가 선고된 이후에도 그에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아 통영 근해를 떠돌던 윤 선생의 시신은 작고한 지 13년만인 2018년에야 고향에 묻히면서 평온을 얻었다.

▶유치환 형, 김춘수 아우를 둔 윤이상선생= 윤이상 선생은 유치환,김상옥,김춘수 등과 함께 1945년 통영문화협회를 만들었다.

청마 유치환(1908-1967)은 회장을 맡았고, 음악의 윤이상과 미술의 전혁림(1916~2010), 시조시인 김상옥(1920~2004)이 간사를 맡아 좌중을 이끄는 동안, 유치환 부부의 결혼때 화동(花童)을 했던, 꽃의 시인 김춘수(1922~2004)는 총무를 맡아 연락을 다니고 주전자 물을 날랐다.

협회에는 나전칠기의 명장 김봉룡(1902∼1994), 통영 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1910~1959), 작곡가 정윤주(1918~1997), 영문소설의 김용익(1920-1995) 등도 참가했다.

회원은 아니지만, 박경리(1926~2008)는 춘수 오라버니를 따르던 문학소녀였다. 통영에 잠시 머물던 이중섭 화가와 백석 시인은 먼 발치에서 이들의 활동을 응원했다. 윤이상 간사는 협회의 거중조정자, 마에스트로였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을 알리는 프린지공연

▶윤이상 학교가는 길= 일부러 발음되는 대로 표기한 명정동 ‘서피랑 떡복기집’ 집을 시작으로 ‘윤이상과 함께 학교 가는 길’이 시작된다.

윤이상 선생 생가가 있는 통영시 도천동 1487번지에 이르렀건만 정작 ‘윤이상’이라는 이름은 찾기 어렵고 ‘도천 테마파크’, ‘도천 음악마을’이 나타난다. ‘윤이상 음악제’는 통영국제음악제로 바뀌며 그의 이름을 지운다.

그는 스트라빈스키, 카라얀을 뛰어넘는 20세기 최고의 음악가로 꼽힌다. 뮌헨올림픽 메인테마곡 ‘심청’ 작곡, ‘베를린 필하모닉’의 탄생 100주년 기념곡인 ‘교향곡 1번’ 작곡, 독일 공영방송 선정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 중 한사람’,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선정 ‘유사 이래 최고의 음악가 44인(20세기 1인=윤이상)’ 등 위대한 족적을 갖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기적 명성을 가진 윤이상 선생을 떠올리며 통영을 ‘창의음악도시’로 지정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독일, 일본, 대만 등지 음악계를 윤이상 제자들이 주도한다.

원래 ‘윤이상 음악제’였던 만큼, 이제는 ‘통영 윤이상 국제음악제’로 복원해야, 서양 메이저 음악제에 견줄 만한 동양의 세계적 클래식 음악축제로서의 국제적 위상이 선다는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비올리스트이자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상주연주자인 앙투안 타메스티가 유인촌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 이날 주한 프랑스대사가 영상 인사말을 통해 언급했듯이, 이미 유럽에선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에서 열리는 음악제에 빗대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음악제’로 부른다. 그만큼 높은 권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최고 음악제는 대체로, 잘츠부르크 음악제, 루체른음악제, 빈필 음악행사, 엑상프로방스 음악제 순으로 평가된다.

29일 오후2시 통영 문화의 중심, 충무공의 얼이 서린 강구안에서 통영프린지 공연이 열리면서 통영국제음악제의 시작을 알렸다.

개막 리셉션을 마친뒤 오후 7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I’로 본 공연이 펼쳐졌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스타 비올리스트이자 올해 음악제 상주연주자인 앙투안 타메스티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통영 바다 사진을 올리며 ‘굿모닝, 코리아’라고 써 음악제 개막을 알렸다.

통영국제음악제

▶진은숙 감독 “유럽과 다르게, 첨단, 한국적요소 가미”= 진은숙 예술감독은 “우리나라 클래식의 미래는 클래식 고장인 유럽과는 달라야 한다”면서 “시선을 유럽에만 고정 시킬 게 아니라 우리만의 또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클래식 축제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공연들을 통영국제음악제 무대에 세우는 걸 그 방법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 감독은 ‘스레드’와 ‘리히터스 패턴스’ 등 멀티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공연이나 판소리 명창 김일구의 ‘적벽가’ 등 한국적인 무대를 준비했다.

아울러 코로나 당시 진행시키지 못했던, 헝가리 거장 페테르 외트뵈시(상주 작곡가)의 연주 무대도 올린다. 그는 안타깝게도 지난 24일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여생을 윤이상 선생의 고향 통영을 위해 보낸 것이다.

동원중학교 섹소폰 오케스트라 ‘더샵’

▶음악도시 통영, 중고생도, 시민도 앞장= 악기면 악기, 성악이면 성악 모두 잘 하는 이준(3학년) 군 등 동원중학교 학생 60명이 섹소폰 오케스트라 ‘더 샵’(지도교사 권태훈, 지휘선생님 류재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시민악단 ‘꿈의 오케스트라’, 빈소년합창단과 어깨를 견줘보겠다는 꿈을 가진 통영소년소녀합창단도 안황마을, 한진로즈힐 등 주민들이 사는 동네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여는 등, 통영시 저변에서 다양한 음악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윤이상 선생이 흐뭇해 했을 풍경이다.

“오~올~..잘 하는데?”29일 동피랑에서 일본 여고생이 한국 전통놀이를 잘 해내자, 친구인 한국 동원고 학생이 우정 어린 리액션으로 화답하고 있다.

동원중학교는 베트남 탄쉔 중학교 등과 상호 교육 교류를 하고 있고, 뒷 건물의 동원고 학생들은 29일 동피랑에서 친구인 일본 도쿄 근교 아리마고교생들과 자유롭게 놀며 웃음꽃을 피웠다.

아리마 고교생은 한국말을 많이 쓰려고 했고, 동원고 학생들은 짧은 일본어로 그들을 편안히 대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정겹다. 전통놀이를 함께 할때 일본 친구의 도전에 한국 친구는 우정 어린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국제 음악도시 답게, 청소년 부터 국제적 감각이 탁월한 통영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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