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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장수 남원 춘향제, 백종원式 혁신, 글로벌化 가늠대[함영훈의 멋·맛·쉼]
“바가지 없애고, 백종원 대표 리모델링 지휘”
94회 춘향제청사진, 8만 남원시민이 지켜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음식값 1만원 이상 받지 않기를 실천해 축제 바가지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100회를 눈 앞에 둔 시점, 글로벌 축제로 거듭나도록 그에 걸맞는 콘텐츠와 인프라를 마련할 것입니다.”

국민과 외국인 관광객 손님을 상대로, 지역 축제에 오면 얻는 다양한 즐거움을 널리 알리는 일은 선거유세가 아니다. 어떤 핑계도 댈 수 없고, ‘무조건’ 지켜야 하는 일종의 소비자-공급자 간 ‘재화-용역 계약서’이다.

오는 5월 10~16일 열릴, 국내 최장수 지역축제 ‘춘향제’를 수도권에 알리기 위해, IT기업 CEO 출신인 최경식 남원시장과 그 일행이 서울 한복판에서 이번 춘향제의 실험적 요소를 전했다. 춘향제는 국내에서는 많은 경험이 누적된 ‘고참’ 축제였고, 이제 세계적인 축제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 시장의 청사진은 얼핏 선거유세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다만, 내외국인 관광객과의 계약서나 다름없는 이 약속을 지키려는 세부 실천방안은 납득할 만 한 것이 많았다. 남은 기간 해야할 과제 역시 많다.

남원 춘향제 서울 프레스센터 내외신 기자 설명회

▶1만원이상 음식값 안받겠다= 최 시장은 2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 인플루언서 대상 설명회에서 음식값 바가지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1만원 이상 음식값을 받지 않도록 상인들의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어김없이, 음식 품질의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최 시장은 “지난해 축제 때 모든 것을 잘 해놓고, 가격 문제 때문에 지적을 받았는데, 반성하는 부분”이라면서 “이번에 ‘전 부문 세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은 우리의 의지를 보이는 것이고, 지역의 다양한 상업 종사자들과 대화를 했기 때문에 그분들이 잘 협력해 주실 것을 믿는다”라는 뜻을 내외신 기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물 샐 틈 없는 가격관리가 이뤄질 지, 굳이 ‘1만원 이하’, ‘전 부문 세일’이라는 유세 같은 표현을 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지적은 여전했다.

서울 설명회가 끝나고, 최 시장은 다시 한 번 지역 상인조직에 머리를 조아려야 할 지도 모른다.

▶글로벌 축제= 올해 94회 춘향제를 설명하는 자리에는 수십명의 국내 기자 뿐 만 아니라, 외국인 인플루언서 10여명, 외신기자 10여명이 참석했고, 최 시장은 춘향 선발 때 외국인 춘향도 선발해 외국인관광객과 공감의 폭을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 미소국가대표를 지내면서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 파키스탄 출신 마지드씨, 이란 출신 나우샤씨, 그리고 현재 한국 매력을 해외에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보키아노프 코밀욘씨, 국내에서 모델, 예술가 활동을 하면서 고국에 한국의 다양한 면을 알리고 있는 미국 출신 레베카씨 등도 참석했다. 이들이 남원과 춘향제의 매력을 알리려는 의지는 확고해 보였고, 외신 기자들의 언급 속에서도 애정과 기대감이 묻어났다.

남원 춘향제 설명회에 참석한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외신기자들

다만, 춘향의 글로벌 컨셉트가 무엇인지 명확치 않은 느낌이었고, 더 넓어진 축제장 반경 내에 외국어 안내가 충분히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조와 절개’라는 춘향의 컨셉트는 글로벌 관람객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한국의 줄리엣’, ‘예쁘지만 직진하는 코리안 걸크러쉬’, ‘그네 소녀의 사랑’ 등등 많은 조언이 있었는데, ‘알프스 소녀 하이디’ 처럼 지구촌 모두가 그릴 춘향의 이미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

▶백종원 마법 통할까= 이번 축제에는 음식전문가 겸 기업인·방송인 백종원씨가 참여해, 좁은 의미로는 춘향제 대표 음식 레시피 개발을 돕는다. 넓은 의미의 참여 범위로는 컨설턴트 겸 액션플랜 지휘자 느낌이 든다.

그의 역할이 충남 예산에서 만큼, ‘체질 개선’ 까지 가는 것인지, 대중적이면서도 남원의 향을 간직하는 음식 레시피를 개발하는데에 그칠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남원시가 백종원 더본 대표 초빙과 관련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그의 역할은 꽤 중요해 보인다.

백종원씨

시는 “백종원씨와 함께 춘향제에서 품질이 우수한 지역 내 농산물을 활용한 신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축제 먹거리 부스를 기획해 맛 뿐 만 아니라 더욱 안전하고 합리적인 먹거리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막걸리 축제 행사장인 남원시 경외상가 리모델링을 통해 지속가능한 청년 먹거리 상가를 구축해 남원 도시 브랜드 입지 강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도 함께 도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남원시와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은 이번 춘향제에서 막걸리 축제, 전통음식 테마의 ‘춘향 난장’을 운영할 계획으로 먹거리 부스 운영자 선정 후 일대일 컨설팅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백종원 대표의 임무가 매우 커 보인다. 과연 그 임무에 걸맞는 대우와 재량권 부여가 이뤄졌는지, 최시장은 기업인 출신 답게 다각도로 재 봐야 한다. 순발력, 융통성이 있는 민간의 아이디어는 늘 공직사회보다 창의적이고 우수할 수 밖에 없는데, 상당수 공무원들은 소도시에서 자기들이 대장인 줄 안다.

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매우 즐겁게 놀다 가는 마케팅 기법, 만족할만한 맛·위생·가격 3위일체 축제음식문화의 구축 등 ‘리모델링’을 이뤄낸다면 이번 춘향제는 충남 예산의 ‘반전 성공’을 넘어 글로컬 페스티벌 콘텐츠 품질 업그레이드에 성공하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글로벌 축제로서의 ‘클라스(Class)’가 어느 정도 완성된다.

최 시장의 약속이 선거판의 흔한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인과 시민에 대한 설득, 2018 올림픽 때의 평창 주민 처럼 남원시민들의 강력한 책임감 공유가 매우 중요해 보인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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