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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물 깊은 호수, 흑백서 컬러로, 스위스의 봄을 걷다[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사랑, 봄물 보다 깊으니라”고 했던 만해 한용운의 시구처럼, 스위스의 봄은 봄물 깊은 호수에 먼저 찾아온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산은 높은 곳에, 호수는 낮은 곳에 있다.

스위스 산악지역은 한국보다 1개월 정도 늦게 봄이 오지만, 일조량이 부쩍 늘어난 도시의 산책로나 호숫가엔 서서히 봄이 스며들고 있다.

스위스 사람들도 우리처럼, 흑백이 컬러로 바뀌는 춘삼월엔 꽃길 걷기, 트레일, 자전거 하이킹을 시작한다. 스위스 관광청은 이른 봄 걷기여행, 하이킹 등 가벼운 액티비티 명소 10선을 한국민에게 전했다.

발트슈태터베그 호수변 자목련

▶발트슈태터베그(Waldstätterweg)의 꽃길 하이킹= 봄이 짙어지면, 그림엽서 같은 풍경이 루체른 호수 주변으로 펼쳐진다. 봄 산책로로 괜찮은 곳은 브루넨(Brunnen)과 뤼틀리(Rütli)를 잇는 코스로, 7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아름다운 호숫가 풍경과 동행하는 산악 하이킹 트레일, 도시 산책로, 뷔르겐슈톡(Bürgenstock)의 펠젠베그(Felsenweg)와 같은 역사문화의 길을 골라 걸으면 되겠다.

발레 주, 튤립 꽃길 걷기

▶튤립 사이로 하이킹= 발레(Valais) 주에 있는 마을, 그랑지올(Grengiols)에는 튤립 트레일이 있다. 트레일을 따라 희귀 품종의 튤립을 볼 수 있는데, 그중에는 마을 이름을 딴 그랑지올 튤립도 있다. 이 트레일을 따라 피어난 튤립은 야생 품종으로, 세상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스위스의 자연 보호 기관, 프로 나투라(Pro Natura)와 튤립 길드 덕분에 그랑지올 튤립은 다른 품종에 비해 아직까지 잘 보존되어 왔다.

순환 트레일을 한 바퀴 돌면서 다른 자연 및 문화 프로젝트도 구경할 수 있다. 스위스에서 손꼽히는 품종 다양성을 품은 초원도 거닐어볼 수 있다.

길은 오래된 수로 ‘아프테리(Afteri)’로 이어진다. 밀리바흐(Milibach) 근처에는 새로운 생물 서식지, 바이오톱이 있는데, 여름이 되면 물놀이로 인기인 아름다운 연못이다.

유럽 최대 규모 라인폭포

▶높이 보다 넓이, 유럽 최대의 폭포= 라우펜(Laufen) 성 근처에서는 폭 150m, 높이 23m의 라인(Rhine) 폭포가 만들어 내는 장관을 목도한다. 중간중간에 전망대가 등장하고, 우레와 같은 폭포가 만져질 듯하다.

라우펜 성을 출발하자마자 물가로 내려가게 되는데, 입장료가 있는 전망대와 보트가 나온다. 놀(Nohl) 선착장으로 내려가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건너게 된다. 라인 강을 따라 트레일이 이어지고, 머지 않아 폭포가 눈앞에 등장한다. 하이라이트는 뵈르트(Wörth) 성 앞이라고 한다. 왼쪽으로 오르막이 이어지고, 물레방아를 지나 폭포를 따라 이어가다 보면 전망대가 또 등장한다.

상류를 향해 걸음을 이어가다 플루어링어(Flurlinger) 다리를 건너면 다시 라우펜 성이 나온다. 더 짧은 코스를 원한다면 취리히(Zurich)에서 닥센(Dachsen) 기차역 다리를 이용해 출발점으로 바로 돌아올 수도 있다.

아레강

▶아레(Aare) 강 산책= 인터라켄(Interlaken) 근교에서는 아름다운 아레 강가 산책로를 따라 봄날을 즐길 수 있다.

툰(Thun) 구시가지부터 휘니바흐(Hünibach)까지 이어지는 길에 아레 선착장과 브람스(Brahms) 선착장이 있는데, 산책로와 자전거로가 개방되어 있으며, 베르네제 오버란트(Bernese Oberland) 지역에 펼쳐진 알프스 명봉이 하늘을 수놓는다.

약 2km에 달하는 산책로는 툰의 뮐레플라츠(Mühleplatz) 광장에서 시작해 오버헤렌하우스(Oberherrenhaus)와 투너호프(Thunerhof) 방향으로 이어진다. 브람스 선착장에 닿으면 분수대 옆 잔디밭에서 햇살을 받으며 잠시 휴식한다.

휘니바흐 선착장에 닿으면 여름철 주말마다 태양 전지로 운항하는 셔틀 보트가 있는데, 샤다우(Schadau) 공원과 호숫가 수영장, 호프슈테텐(Hofstetten)을 이어준다. 6월부터 10월까지 운행되는 서비스다.

스위스 예술작품 속을 걷는 길

▶봄 내음에 젖는 예술의 길= 레베르거-베그(Rehberger-Weg)는 바젤(Basel) 근교의 바일 암 라인(Weil am Rhein)에 있는 비트라(Vitra) 캠퍼스부터 리헨(Riehen)의 바이엘러(Beyeler) 재단까지 이어지는 6km의 길이다.

두 개의 나라, 두 개의 지자체, 두 개의 문화 기관을 잇는 이 트레일은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예술가 토비아스 레베르거(Tobias Rehberger)가 제작한 24개의 표지판을 따라 다양한 자연과 문화가 있는 풍경을 탐험하며 봄날을 거닐 수 있다.

레자방 일대 봄 야생화

▶수선화 들판 하이킹= 5월에는 제네바 근교 몽트뢰(Montreux) 주변 언덕으로 새하얀 수선화가 피어난다. 바다처럼 넘실대는 수선화가 장관을 이룬다. 레만호(제네바 호수)가 그림 같은 배경을 만들어 준다.

이 수선화의 이름은 ‘나르시스’이고, 언덕 곳곳으로 ‘나르시스 트레일(Narcissus Trail)’이 조성되어 있다.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는 이곳의 지명은 대부분 불어이다.

스위스 최초의 스키 리조트 중 하나였던 벨 에포크 스타일 마을, 레자방(Les Avants)이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다. 벨에포크 시대의 퓨니큘러가 덜컹대는 소리를 들으며 레자방에서 오르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종루(Sonloup)부터 숲과 초원을 오가며 경치가 끊임없이 바뀐다.

덩 드 자망(Dent de Jaman) 산 아래를 걷다가, 어느 순간 레 플레이아드(Les Pléiades)가 내려다보이는 초원을 걷게 된다. 이후 꼬(Caux) 마을과 궁전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정상에 도달한다. 덩 뒤 미디(Dents du Mini) 봉우리와 레만 호수를 감상할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다.

구간의 절반 정도를 지나면 큐블리(Cubly) 전망대에서 사방의 화려한 파노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프릭탈러 크리지베그 체리 트레일 코스

▶화려한 체리 꽃을 배경으로 하이킹= 프릭탈러 크리지베그(Fricktaler Chriesiweg) 체리 트레일을 따라가는 하이킹에서 봄이면 화려한 꽃을 보고, 여름이면 체리 수확을 체험할 수 있다.

아르가우(Aargau) 칸톤에서는 체리를 ‘크리지(Chriesi)’라 부른다. 프릭(Frick) 계곡에 있는 5km의 순환 트레일을 따라 11개의 정보 팻말에서 체리 재배에 대해 더 자세히 배워볼 수 있다. 이 순환 트레일은 체리 과수원을 따라 이어지는데, 기술 집약적으로 체리 나무가 밀집해 있는 농장은 물론 전통적으로 드문드문 심어져 있어 많은 동물이 서식하는 과수원도 지난다.

깃대종 동물로는 딱새와 장지뱀이 있다. 봄이면 체리 꽃이 가득 피어난 “하얀 나무”가 돋보이는데, 대단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추수 시즌 동안 하이커들은 나무에서 체리를 직접 따서 먹을 수도 있다. 단, 파란색으로 표시된 나무에서만 허용되는 일이다. 맛이 좋다면 트레일 옆에 있는 농장에서 체리를 더 사 먹을 수 있다.

알트나우 애플 트레일, 사과나무 사이 하이킹

▶사과꽃 사이로 하이킹= 투르가우(Thurgau)의 알트나우(Altnau) 애플 트레일을 따라가면 이 지역이 왜 ‘애플 주스의 고장’이라 불리는지를 입증하듯 봄이면 사과꽃이 탐스럽게 피어나 미각에 앞서 시각적 힐링을 선사한다.

애플 트레일과 마을을 지나는 트레일은 알트나우의 농경에 있어 과수원이 오랜 시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지 보여준다. 24개의 정보 팻말에는 퍼즐과 조크, 질문이 등장하는데, 이 사과 재배 지역과 장밋빛 껍질이 탐스러운 사과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방문자는 세 가지의 매력적인 사과 마스코트인 프레디(Fredi), 리시(Lisi), 엠마(Emma)도 만나볼 수 있다.

이 테마 루트는 알트나우 기차역과 마을 중심 사이에서 시작한다. 주차는 알트나우 기차역과 호숫가에 할 수 있다. 풍경은 아름다운 사과꽃이 활짝 피어나는 5월이 좋다.

늦은 여름에 열리는 알트나우 애플 주간도 특별한데, 마지막 날에는 가을 장터가 열려 흥이 난다. 알트나우의 농장 숍, 마을의 가게, 별미는 대부분 사과에 관련된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은 이곳의 애플 도넛, 욉펠휘에흘리(Öpfelchüechli)가 투르가우에서 최고라 말한다.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에게 즐거운 하이킹 트레일이자,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도 용이하다.

취리히 뒷동산 위틀리베르크

▶취리히 뒷동산= 위틀리베르크(Üetliberg)는 취리히(Zürich)의 뒷동산이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기차로 찾아갈 수 있어 편리하다. 위틀리베르크 철도는 해발 871m인 이 뒷동산의 정상으로 인도한다. 한나절 하이킹을 원하거나 햇살 받이를 원하는 취리히 시민들은 로컬들이 ‘위에츠기(Üezgi)’라 부르는 1875년부터 운행된 위틀리베르크 기차에 오른다.

고지대 하이킹 트레일은 기찻길을 따라 이어지는데, 취리히 가족들에게 특히 인기다. 25년전 게스트하우스와 스파리조트를 통합한 우토 쿨름(Uto Kulm) 호텔이 정상에 세워져 지금도 최고의 전망을 선사한다. 호텔 앞엔 7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다.

취리히 도심과 호수,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더욱 인상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놀라운 뷰를 펠젠에그(Felsenegg)까지 이어지는 짧은 고지대 하이킹 트레일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펠젠에그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쉬어간 뒤, 곤돌라를 타면 아들리스빌(Adliswil)로 내려갈 수 있는데, 여기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취리히로 돌아갈 수 있다.

플라넷 트레일(Planet Trail)이라고도 불리는 이 하이킹 트레일은 마법 같은 능선 코스로, 단 두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다.

스위스 최초이자 유일한 자연 모험 공원, 취리히-질발트 자연공원(Zurich-Sihlwald Wilderness Park)도 무척 가깝다. 여유로운 하이킹을 원하거나 가족을 동반한 경우 들러보기 좋은데, 공원 관리자를 만나면 그들의 업무와 자연 보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알멘드후벨 꽃 놀이터

▶알멘드후벨(Allmendhubel) 꽃길= 007시리즈의 제임스본드는 1960년대 쉴트호른(Schilthorn) 정상에 있는 회전 레스토랑에서 영화를 찍었다.

쉴트호른으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곳, 뮈렌(Mürren)은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못지않은 기세를 보인다. 해발 1650m에 있는 뮈렌은 스위스 수도 베른의 칸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마을이다.

자동차 진입이 금지되어 있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여기에 꽃길 명소가 있다. 뮈렌에서 후니쿨라로 오를 수 있는 알멘드후벨 레스토랑 근처에서 꽃길이 시작된다. 약 30분 정도가 소요되는 길로, 웅장한 알프스 봉우리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6월부터 9월까지 150종류가 넘는 알프스 야생화가 피어나 그 절정에 달한다. 알펜로즈와 에델바이스를 볼 수 있는 시기도 바로 이때다.

최근 새롭게 단장한 어드벤처 놀이터는 동네 아이들과 놀러 온 아이들로 분주하다. 대형 곤충과 대형 알프스 꽃과 식물이 마련되어 있어 사진 찍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나비가 날아다니고, 마못 굴을 찾아볼 수 있고, 우유를 짜고 치즈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학습 공간이기도 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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