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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 출산 장려금, 세금의 굴레 풀어줄 입법 서둘러야

부영이 최근 자녀 1인당 1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출산 장려금을 내놓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극복에 힘을 보태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기업들이 저출생 해소에 돈을 쓰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획재정부 등 당국은 세제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현행 세법상 기업이 출산장려금을 어떻게 지급하는지에 따라 근로자나 회사 중 한쪽의 세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난주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직원이 받은 출산 장려금이 ‘근로소득’으로 잡히면 소득세와 지방세 등으로 4180만원을 떼야 할 판이다. 이에 부영은 장려금을 ‘근로소득’이 아닌 ‘증여’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했지만, 직원이 증여세(10%) 1000만원을 내야 한다. 또 회사도 장려금을 받는 직원 1인당 2640만원 정도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못 받는다. 회사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1억원 장려금에 붙는 세금이 근로소득세땐 42%에 이르고, 증여 땐 직원의 증여세에 회사의 법인세가 더해져 3640만원의 세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이래서는 제2·제3의 부영이 나올 수 없다. 세금 무서워 기부·복지에 나서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차제에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소득세법에서는 6세 이하 자녀의 보육과 관련해 기업으로부터 받는 지원을 비과세 소득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비과세 한도다. 2004년 법이 시행될 당시 정해진 월 10만원(연간 120만원)이 20년 가까이 유지되다가 올해부터 월 20만원(연간 240만원)으로 바뀌었다. 이를 넘는 구간은 모두 기존 연봉과 합산돼 거액의 근로소득세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낙후된 세법은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이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출산 지원금 비과세 한도를 월 100만원으로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산 지원금에 한해 전액 비과세하는 법안을 내놨다. 여야 공히 저출생 대책을 총선 공약의 우선 순위에 놓고 있는 만큼 이 사안과 관련한 입법이 결실을 보도록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생아 수가 10년 전 절반 수준인 25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사회환경이 가장 큰 요인이다. 기업이 가세하면 반전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 기업이 뛸 수 있게 정부가 마당을 깔아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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