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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AI시대,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다

지난 주 세계적인 생성형 AI기업의 CEO가 한국을 방문해 짧은 일정동안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과 연이은 미팅을 가졌다는 언론보도가 화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CEO는 반도체 제조사의 첨단 생산라인을 방문하고 최고 경영진과 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해당CEO는 지난해 6월 한국을 방문해 국내 AI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AI 전용 반도체칩을 한국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생성형 AI기업 CEO가 반도체에 이와 같이 큰 관심을 표명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AI학습 및 서비스의 원리와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생성형 AI를 포함해 시장을 선도하는 대부분의 AI 서비스들은 인간 두뇌의 뉴런 등을 통한 신경망 학습원리를 모사한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모델에 기초한 딥러닝 등의 알고리즘을 통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한다. 지금도 인공지능 기계학습 알고리즘들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나 그 근본구조와 아이디어의 기저에는 인공신경망을 통한 딥러닝이 있다.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인공신경망 모델 자체는 수십년 전에 등장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 모사를 목적으로 하므로, 그러한 인공지능을 두뇌의 작동원리에 인공적으로 구현한 신경망 모델을 통해 실현하겠다는 접근은 놀랍지 않다. 그런데 이론적으로 제안된 인공신경망 구조 및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능력을 갖춘 기계장치(컴퓨터)가 필요했으나, 당시 기계장치의 연산능력은 인공신경망을 실제로 구현하고 가동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운 아이디어였으니 그 테스트, 개선 및 상용화 역시 요원했다.

그러던 중 반도체 기술의 발전을 통해 기계연산장치의 처리능력과 성능은 폭발적으로 향상됐고, 이론적인 논의에 머물렀던 인공신경망과 딥러닝의 아이디어들이 구현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인공지능 시대를 활짝 열어 젖힌 중요한 주인공 중 하나는 반도체 기술이다. 고도화된 반도체 기술 없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는 기계연산장치의 등장이 불가능했을 것이고, 인공지능 시대의 겨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인공지능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발전에 따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계속적으로 고도화되고 있고, 엄청난 규모의 데이터를 학습 및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른바 초거대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사업자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막대한 데이터들을 사전 학습한 기저모델(pre-trained foundation model)을 개발해 개별 서비스 제공자들이 특정한 서비스(챗봇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강화된 성능의 기저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로 LLM 인공지능 서비스의 경쟁력이 판가름 된다.

이러한 막대한 데이터를 학습 및 처리하기 위한 전산자원(computing power)은 최첨단 반도체 기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공급받아 전산자원(데이터센터)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AI업체들이 첨단 반도체를 공급받고, 자체적인 고성능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하여 혈안이 된 이유다. 특히 인공신경망과 딥러닝 알고리즘이 요구하는 연산처리에 특화된 반도체인 NPU(신경망처리장치, Neural Processing Unit)가 폭증하는 AI 반도체 수요의 중심에 있다. 전통적으로 NPU와 그 구조와 작동원리가 유사한 그래픽·영상 처리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끝없이 오르는 이유기도 하다.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및 생산 능력을 갖춘 한국에게 인공지능 시대는 큰 기회다. 정부는 2022년 9월 ‘대한민국 디지털전략’을 발표하면서 AI반도체를 통한 데이터 센터 등 세계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을 천명했고, 그 후속으로 2022년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산 인공지능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통해 NPU를 중심으로 국산 AI반도체를 고도화해 데이터센터에 적용하고,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디램(DRAM) 기반 핌(Processing in Memory, PIM)을 통하여 AI연산처리 성능을 저전력을 구현할 수 있는 AI반도체의 기술수준을 확보할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까지 AI 반도체에 기반한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오고 있다.

AI 시대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반도체 산업에 달린 만큼 국가 차원의 지원 및 육성이 절실하다. 반도체 설계 및 생산에는 막대한 자원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기존 반도체 기업과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위한 집중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이 곧 AI 시대 한국의 경쟁력이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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