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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팍팍한 현재, 암울한 미래...희망의 새해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 밝았다. 새해 첫 출근길, 희망과 기대가 가득해야 하겠지만 마음이 유독 무거웠던 건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을 것 같다. 속된 말로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고, 다가올 미래 또한 불안해서다. 지난해 우리네 삶은 여느때보다 버거웠다. 코로나19에 풀린 거대한 돈뭉치는 물가를 천정부지로 뛰게 했고, 이를 잡으려 지난해 수직 상승시킨 금리는 빚에 허덕이는 가계의 부담을 키웠다. 이 와중에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수출까지 줄었으니 지갑이 가벼워지건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었을 게다.

하지만 이런 팍팍한 오늘 보다 우리의 정해진 미래가 암울하다는 게 더욱 마음이 쓰인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또 가장 가파른 폭으로 저출산 경로를 지나고 있다. 누구도 깨지 못할 세계 신기록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1명이었는데, 2022년에는0.78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해 더욱 나빠질 게 확실하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다.

얼마전 올해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아기용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가 됐다. 지난해 1~3분기에 57% 대 43%로 개모차가 유모차를 역전했다는 보도였다. 우리의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는 통계가 있을까.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에 효과적 대응이 없다면 2050년대 0% 이하 성장세를 보일 확률이 68%에 달할 것이라 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재앙 그 자체다. 주식,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은 물론, 임금과 고용 등 노동 시장 모두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미 2% 안팎의 성장에도 곳곳에서 곡소리가 넘쳐난다.

정부는 올해부터 ‘신생아 특례 대출’을 시행한다고 했다. 출산가구는 1~3%대 금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을 빌릴 수 있다. 얼마나 저출산의 위기감이 절실했으면, 아이를 낳은 이들에게 집살 빚을 쉽게 내주게 하겠다는 정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본지가 지난해 연간으로 진행해온 저출산 기획을 올해 2년째 이어가는 것도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대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다.

알려진 리스크는 더이상 리스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명제도 인구 구조에는 철저히 예외다. 그래서 더욱 더 처절하고 파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출산율 반등이 아니라 방어만 잘해도 대성공이다.

절망 속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행해야 할 이 도전의 시작과 끝은 의당 정치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 정책의 의제를 정하고, 이를 위한 법을 만들며, 예산을 책정해 실행할 수 있는 이들의 역할이 지금 이 시점에 너무나 절실하다.

마침 올해는 선거의 해다. 4월 총선이 예정돼 있다. 모든 이슈를 선거가 점령할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를 주겠다’는 식의 뻔한 공약의 구호를 부디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미 크게 고장난 정치지만, 정치의 소멸은 대한민국의 소멸과 같다. 정쟁이 아닌, 암울한 미래를 반전시킬 긍정의 메시지가 넘쳐났으면 한다. 희망을 품고 한해를 시작해 본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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