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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한동훈 비대위원장? 최선의 선택일까?

선거 때만 되면 각 정당들은 이른바 ‘혁신 경쟁’에 열을 올린다. 혁신이 그렇게 중요하면 일찍부터 ‘혁신’을 해야 논리적으로 맞는데, 꼭 선거만 다가오면 혁신하겠다고 난리를 치니 이런 모습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혁신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혁신의 내용이다. 말로는 혁신을 외치는데 그 내용이 뭔지가 아리송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거제도 개편을 생각해 보자.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연동형이 병립형보다 더 좋은지, 좋다면 무엇이 좋은지를 생각해 볼 이유와 여유가 없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연동형을 실시하면 군소 정당의 국회 진입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런데 다양한 군소 정당이 국회에 진입하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그 목소리가 제도에 반영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압도적인 입법 권력을 가진 민주당이 결코 소수라고 할 수 없는 여당을 제치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드물지 않게’ 단독으로 처리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군소 정당이 의회에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존중해 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연동형을 실시할 경우 위성 정당 난립 문제도 해결하기 힘들다. 위성 정당의 개념 정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 정당이 위성 정당인지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조국 신당이나 송영길 신당도 마찬가지다. 여당의 경우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이 출현할 경우 역시 위성 정당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모(母) 정당이 의도적으로 정당을 만드는 경우를 위성 정당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런 신당들은 위성 정당은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는 위성 정당으로 취급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신당을 창당하지 못하게 할 수도 없다. 정치적 자유라는 헌법 가치의 위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 말고도, 해당 사안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다. 정치란 국민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민들이 ‘느끼게’ 만들어야 하는 존재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계몽주의적으로 정치를 접근하면 정치는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선거제도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그리 좋은 전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당의 얼굴을 신선하게 바꾸는 전략이 더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를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는, 정치의 인격화 현상이 강한 나라에서는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시점으로만 보면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현재 비대위원장을 물색 중이다. 지금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한 장관은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그의 패션 감각을 꼽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치와 패션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주장하겠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지금의 시대에서는 시각적 요소가 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동훈 장관의 패션 감각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뛰어난 언변은 팬덤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요인을 제공한다. 그는 언변만 수려한 것이 아니다. 순발력도 가히 수준급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정치력이 아직은 검증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력은 정치적 경륜과도 직결된다. 즉 논리력, 순발력만으로는 정치력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만일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닳고 닳은 정치 고수들에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장관의 이미지만 해치는 결과가 초래되고, 그래서 한 장관의 정치적 미래를 어둡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장관은 선대위원장과 같은 대외적 이미지가 중요한 직책을 맡고, 비대위원장은 정치판에서 어느 정도 경륜을 쌓은 인물이 맡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는 비대위원장을 수행하기에 훌륭한 인물들이 많다. 김무성 전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원희룡 장관과 같이 쟁쟁한 인물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한 장관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여기서 지난 19대 총선을 말하는 경우가 있다. 이명박 정권 5년 차에 치러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은 뒤로 빠지고 미래 권력인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 즉 회고형 투표인 총선을, 미래 가치에 대한 전망형 투표로 바꾸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총선에서 승리했다는 말이다.

물론 이번에도 이런 전략을 쓸 수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윤 대통령이 선거에서 뒤로 빠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 장관이 윤 대통령을 밟고 나아가게 놔둘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여권 지도부는 총선 승리를 위주로 전략을 짤 것인가, 아니면 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여권의 입장에서 어떤 것이 급선무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에 그들의 합리성을 지켜볼 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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