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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브랜드의 실종…‘숏폼 열풍’ 백화점도 매주 옷 갈아입습니다 [언박싱]
2030 소비 파편화로 백화점 ‘시즌리스’
더현대서울 팝업, 이틀에 한 번꼴 바꿔
‘SNS 성지’ 자리매김…낮은 객단가 한계
20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푸바오’ 팝업스토어. 이정아 기자.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 20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푸바오’ 팝업스토어에는 이달 초 일찌감치 사전 예약을 마친 50여 명의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자신을 푸바오 덕후(마니아) ‘푸덕이’라고 소개한 박슬지(22) 씨는 “일산에서 오느라 1시간 넘게 걸렸다”라며 “구매 수량을 5개로 제한해 더 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양손에는 12만원 상당의 푸바오 굿즈가 담긴 종이백이 들려 있었다.

#2. 같은 시각 더현대서울 ‘이미스’ 팝업스토어에는 20명이 넘는 20·30대 고객들이 입장을 위해 긴 줄을 섰다. 형형색색의 캡모자와 가방이 진열된 매대를 따라 결제를 하려는 구매 대기줄도 6m가량 이어졌다. 11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사진을 찍기 위한 인파도 눈에 띄었다. 백화점 곳곳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꺼내지 않은 이들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소비도 파편화됐다. 대중적인 제품으로 대량으로 생산해 최대한 많은 채널에 유통시키는 전략이 더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백화점은 ‘빅브랜드’가 탄생하기 어려운 시대에 맞춰 ‘숏폼(Short Form)’ 채널로 변신 중이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으로 대표되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사진·영상을 올려 ‘내가 이렇게 핫한 트렌드와 함께 있다’는 것을 공유하는 장소로 백화점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 사계절에 따라 1년에 네 번 옷을 바꿔 입던 백화점은 이제 일주일에도 몇 번씩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신상품이 진열돼 판매되는 전과는 달라진 양상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지로 꼽히는 더현대서울은 2021년 2월 개장 이후 최근까지 팝업스토어를 480회 이상 진행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매장을 바꾼 셈이다.

20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30대 이하 방문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구매 고객 중 20·30대 비중이 무려 75%에 달했다. 올해 9월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연 네이버웹툰은 2주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1월 슬램덩크 굿즈 팝업스토어도 2주간 10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다.

통상 백화점 매출 최상위 의류 브랜드의 월 매출이 2~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수석은 “백화점이 유행하는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동시에 새로운 ‘월드 레코드(세계 기록)’를 써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대 비중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낮은 객단가는 과제로 지목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따르면 더현대서울 객단가는 2만1590원으로, 지난해 백화점 월별 평균 객단가(12만6261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한계에도 백화점은 MZ세대가 입고, 놀고, 먹는 문화에 직접 뛰어드는 공간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한편 롯데백화점은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 소비자를 겨냥한 ‘포켓몬’, ‘쿵야 레스토랑즈’, ‘최고심’ 등 캐릭터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올해 9월 발렌티노와 루이 비통, 샤넬 등 명품이나 골프·스포츠 분야에서 신상품을 소개했던 ‘더 스테이지’ 자리에 K-팝 그룹 세븐틴 팝업스토어를 마련했다. 신세계백화점이 K-팝 아티스트 팝업스토어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훈철 신세계백화점 MD전략담당은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과 새로운 시도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을 완전히 바꾸는 변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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