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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게 진짜?”…주얼리 회사 직원도 못 맞췄다는 ‘착한 다이아’ [언박싱]
15일 서울 강남구 세정그룹 본사에서 박지애 디디에두보 SCM팀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A Diamond is forever).’

한때 천연 다이아몬드 생산을 독점하던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광산기업 드비어스(De Beers)의 카피 문구다. 콧대 높던 드비어스가 2018년 실험실에서 키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라이트박스’를 내놓자 다이아몬드 시장에서는 ‘드비어스의 배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빛나는 아름다움 뒤에 노동 착취·환경 파괴 그림자를 달고 다니던 다이아몬드가 실험실 다이아몬드로 오명을 벗게 됐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가 등장한 지 5년이 지난 지금, 국내에서도 ‘착한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대체 다이아몬드 시장이 움트고 있다. 윤리적 소비 트렌드의 확산으로 희소성 대신 지속가능한 가치를 다이아몬드에 담기 시작하면서다.

드비어스·LVMH도 대체 다이아몬드에 주목

국내 데미 파인주얼리 브랜드 중에서는 세정그룹의 주얼리 브랜드 디디에두보가 처음으로 대체 다이아몬드인 모이사나이트를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디디에두보가 모이사나이트를 처음 도입한 데에는 17년 경력의 국제보석감정사(미국보석학회 공인보석감정사, GIA G.G)이자 SCM팀 소속인 박지애 매니저의 공이 컸다.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세정 그룹 본사에서 박 매니저를 만났다. 그는 금속·보석 공예로 유명한 이탈리아 레아르띠 오라페(University of Le Arti Orafe)에서 금속세공과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하고 2014년부터 디디에두보와 함께하고 있다.

박 매니저는 “지난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업계 최초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대체 다이아몬드에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체 다이아몬드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내부 임직원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처음에는 모이사나이트를 들여오자고 했을 때 ‘진짜 다이아몬드도 아닌데’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며 “점차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고, 다이아몬드보다 강점이 많다는 점을 설명하며 설득했다”고 말했다.

진짜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난다…‘모이사나이트’ 정체는?
모이사나이트와 다이아몬드를 비교한 이미지 [세정그룹 제공]

모이사나이트는 현존하는 원석 중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 불린다. 1893년 프랑스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앙리 무아상이 운석에서 천연 모이사나이트를 최초로 발견하면서 등장했다. 현재는 대부분 실험실에서 생산한다.

모이사나이트는 다이아몬드보다 굴절률, 분산, 반사광체가 뛰어나 천연다이아몬드보다 더욱 빛난다. 단단함도 다이아몬드 못지 않다. 모이사나이트의 경도는 평균 9.5로 경도 10에 해당하는 다이아몬드에 버금갈 정도다. 일반인들이 이런 모이사나이트와 다이아몬드를 육안으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가격은 다이아몬드의 14분의 1수준으로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왼쪽과 오른쪽 중 어떤 게 진짜?…“주얼리 회사 직원도 못 맞췄다”
1부 크기의 다이아몬드(왼쪽)와 모이사나이트 신주희 기자

박 매니저는 “직원들을 상대로 모이사나이트와 천연 다이아몬드 중 진짜 다이아몬드를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압도적으로 모이사나이트를 골랐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오히려 모이사나이트가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광택도가 높아 진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세공 과정도 다이아몬드와 동일하다. 그는 “소비자들이 ‘나도 1캐럿짜리 팬시컷(라운드 컷 이외의 모든 가공 컷 형태)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체 다이아몬드 역시 진짜 다이아몬드처럼 등급이 있다. 박 매니저는 엄격한 감정을 거쳐 모이사나이트의 등급을 감별, 모이사나이트에도 D.DUBOT 각인을 새겨 품질을 보증한다.

보수적이던 주얼리업계의 시각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는 “요새는 종로에서 천연 다이아(몬드)만을 고집하던 보석상들도 ‘랩 다이아몬드’를 취급하기 시작했다”며 “요새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더 추천할 정도”라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역시 ‘가성비’를 추구하면서 랩 다이아몬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품 파인 주얼리 브랜드에서도 곧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일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LVMH가 직접 실험실 다이아몬드에 투자한 만큼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곧 관련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매니저는 “핑크 다이아몬드 같은 경우에는 이미 광산이 닫혀서 앞으로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점점 광물자원이 고갈되면 될수록 명품 주얼리 업계 역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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