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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에서 식탁까지’ 물류 사업 확장하는 식품그룹들
기존 사업과 시너지 확대 모색
해외 진출로 새 고객사도 확보
하림·동원, HMM 인수전 가세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엘우드에 들어설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조감도 [CJ대한통운 제공]

식품그룹이 ‘식품’이 아닌 ‘물류’ 사업을 확장하거나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차별화한 ‘물류 경쟁력’으로 대·내외 변수를 줄이는 한편 해외시장 진출로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물류 경쟁력은 코로나19 당시 물류 대란을 겪으며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일부 식품기업은 HMM과 같은 대형 해운사 인수전에도 참여하며 미래 신사업으로서 물류 사업에 관심을 키우고 있다.

▶식품×물류 시너지로 부가가치 창출=8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이 물류사업에 나서는 것은 기존 식품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식품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갖게 될 경우 차별화한 서비스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각 기업은 물류 이력 관리를 통해 제조 단계부터 배송, 나아가 고객에게 최종 전달될 때까지 유연하게 대응하고 제품의 품질 관리도 원활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류 사업은 다른 사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다는 장점도 있다. 바이오와 같은 신사업은 고부가가치를 갖지만 연구·개발(R&D) 과정 등이 필요해 자본 투자만으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 반면 물류는 설비와 시스템만 갖추고 있으면 물류 배달과 해외 거래를 통한 수익원 확보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대한통운이 안정적 물량을 기반으로 현지 업체들을 고객사로 만들며 해외 물류사업을 키운 사례가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2013년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했던 국외 물류 부문 매출은 2022년 42%로 비중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해외 법인 현지 채용 직원은 2900명에서 1만3700명으로 늘었다.

또 CJ제일제당은 자사몰 ‘CJ더마켓’ 등의 배송을 CJ대한통운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유통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절감하면서도 전반적인 매출은 올릴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HMM 인수로 ‘시너지’ 노리는 동원·하림=일부 식품기업은 이미 전체 매출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다. 동원산업은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매출의 13%가 물류에서, 하림지주는 전체 매출의 33%가 운송에서 나왔다. 금액으로는 각각 5807억원, 2조3776억원 규모다.

동원그룹과 하림그룹은 최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동원은 컨테이너선이 주력인 HMM이 합류하면 육상-해상 간 물류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원은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를 인수하며 화물운송, 항만하역, 보관, 국제물류, 유통물류 등 인프라를 확보한 바 있다. 현재 동원산업은 일정 온도로 생산부터 소비까지 가능하게 하는 냉장보관사업과 위탁사로부터 위탁 받아 물류대행을 수행하는 3자 물류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 10월에는 부산신항 서컨테이너부두가 개장을 앞두고 있는데, 한국 최초의 무인 자동화 부두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판 카길’을 꿈꾸는 하림도 HMM 인수전에 합류한 상태다. 하림이 HMM을 인수하면 자회사 팬오션과 물류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팬오션은 주력사업이 벌크선이고, HMM은 컨테이너선이 중심이라 물류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 상반기 기준 팬오션 해운업 매출 비중은 벌크 68%, 컨테이너 8% 수준이다. 하림은 2015년 해운업체인 팬오션 인수 당시에도 곡물 수요기반을 갖춘 ㈜하림과 시너지를 노린 바 있다.

또 하림은 2029년 준공을 목표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소재에 사업비 6조원 가량을 투입해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도 준비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 식품산업단지에는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올해 내 완공을 목표로 익산공장 인근에 생산공장과 연결될 2만4061㎡(7278평) 규모의 온라인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익산 물류센터의 경우 생산공장 ‘퍼스트키친’에서 바로 제조·냉동한 제품을 집까지 직접 보내주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존 물류기업 인수로 ‘리스크’ 줄여야”=HMM 인수전에 함께한 대형 식품기업들은 물류업 확장을 통한 종합 물류체계 구축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류사업의 범위가 지금보다 넓어지면 사업 다각화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는 식품기업의 뿌리가 물류산업이 아닌 만큼, 기업 간 물류 거래에 문제가 생길 때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류 DNA가 없는 회사가 갑자기 물류 사업을 하려다 보니 공급망 차질 등 문제가 생기면 관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기술로 축적된 노하우가 기반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물류 사업을)가볍게만 봐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제일 좋은 건 기존에 물류 사업을 하던 기업을 인수해서 역량 흡수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전새날·김희량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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