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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론스타 분쟁 2라운드로…정부, ISDS 판정 취소신청[종합]
법무부 “판정 검토 결과 법리상 문제점 확인”
권한유월, 절차규칙 위반, 이유 불기재 사유로
“배상금 원금, 이자 전부 소멸 위해 취소신청”
론스타 ISDS 사건 주요 진행 경과 표1. [법무부 제공]
론스타 ISDS 사건 주요 진행 경과 표2. [법무부 제공]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ISDS) 사건에 대한 불복 절차에 나섰다. 원금과 이자에 대한 배상 책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판정 취소신청을 제기하면서 론스타와의 분쟁은 2라운드로 이어지게 됐다.

법무부는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 사건과 관련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에 대한 취소 신청을 제기했다고 1일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31일 원 판정에서 론스타의 청구 금액 중 약 95.4%가 기각됐다”며 “올해 5월 9일 정정결정에서도 배상 원금 48만1318달러를 감액받았는데, 중재판정부가 인용한 나머지 배상금 원금과 이자 지급 의무까지 전부 소멸시키기 위해 판정에 대한 취소신청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 “론스타 판정, 권한유월·절차규칙 위반·이유 불기재 해당”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중재판정부의 판정 이후 정부대리로펌 및 외부 전문과들과 판정 내용을 검토한 결과 론스타 사건 판정에 ICSID 협약상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법리상 문제점을 확인했다며 취소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판정이 취소되기 위해선 ▷중재판정부 구성 흠결 ▷판정부의 명백한 권한유월 ▷중재인의 부패 ▷절차규칙의 심각한 위반 ▷이유 불기재 등 사유가 있어야 한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론스타 판정의 경우 권한유월, 절차규칙 위반, 이유 불기재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한유월’ 부분에 대해 법무부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과정에서 정부가 그 규제권한과 재량을 적법하게 행사했기 때문에 국가의 국제법적 책임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위법행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판정부는 국제법상 국가책임의 인정요건인 금융위의 ‘구체적인 위법행위’를 전혀 특정하지 않은 채 만연히 정부의 배상의무를 인정해, 국가책임에 관한 국제법 법리에 반하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절차규칙 위반’과 관련해선 “판정부는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은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을 주요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변론권, 반대신문권 등을 박탈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도 판정부는 아무런 직접증거 없이 추측성, 전문증거만으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유 불기재’ 부분을 두고선 “판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투자 및 수익 실현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가졌다고 하면서도, 그 기대의 근거(정부의 구체적 약속 등)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론스타의 주가조작이 없었다면 매매대금 인하도 없었을 것인데도, 판정부는 특별한 근거나 설명 없이 정부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을 누락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연합]
“피같은 세금 낭비돼선 안돼…법리 잘못된 판정 바로잡을 것”

법무부는 “법리상 오류가 있는 중재판정으로 인해 소중한 국민의 피같은 세금이 낭비돼서는 안된다는 판단으로 이 사건 취소신청을 제기하게 됐다”며 “정부의 취소신청이 인용되면 배상금과 이자 지급 의무는 전부 소멸하게 되므로, 정부는 향후 진행될 취소신청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법리적으로 잘못된 이 사건 판정을 제대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권리와 중재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취소신청 진행 경과에 대해서도 국민들께 신속히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ISDS 사건과 관련해선 앞서 지난 7월 론스타 측도 취소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양측이 모두 기존 판정에 불복하면서, 정부와 론스타의 국제 분쟁은 2라운드로 이어지게 됐다. 취소신청에 따라 ICSID에서 3명으로 이뤄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다시 사건을 살펴보게 되는데 서면, 공판, 심리 등을 새로 진행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이 사건 중재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약 28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또 2011년 12월 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하게 했다. 론스타가 2012년 ISDS를 정식 제기하면서 46조8000만달러를 청구했는데 4.6%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중재판정부가 한국 정부의 정정신청을 올해 5월 받아들이면서 배상 원금은 2억1650만달러에서 2억1601만8682달러로 정정됐다.

 

2012년 론스타의 ISDS 제기로 시작된 국제분쟁…10년 넘게 이어져

앞서 론스타는 2003년 1조3834억원에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을 겪던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했다. 당시 외환은행의 부채 상황 등을 감안해도 외국계 사모펀드에 헐값으로 매각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HSBC에 외환은행을 팔아 넘기려고 했는데, 외환은행 부실매각을 둘러싼 의혹 관련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금융위원회 승인이 나지 않았고 2008년 계약이 무산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매각한 건 론스타의 인수 때 관여했던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였다. 론스타는 2010년 11월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2012년 1월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정부의 지연과 부당과세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2년 11월 ISDS를 제기하면서 매각 예정가와 실제 매각대금 사이 차액과 이자, 납부 세금 등을 더한 액수를 청구한다.

반면 정부는 정당하게 심사를 연기했다는 입장이다.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주식 강제매각명령 등 론스타에 대한 처분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가격을 낮추는 데 개입하지 않았고, 론스타가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협상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하나은행 측과 재협상하면서 가격이 떨어진 것뿐이라고 반박해왔다. 세금 부분도 개별적인 과세마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고려한 것이고 차별적 과세처분을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 주장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한 부분에 대한 책임만 인정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유죄 판결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면서 론스타 측에 50%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인하된 매각 가격 4억3300만달러의 절반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나아가 중재판정부 소수의견은 론스타가 스스로 자초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판정 취소 신청을 검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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