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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율협약 곧 마무리, 제판분리 안착 ‘징검다리’될 것”
과도한 설계사 영입 자제하자는게 핵심
보험대리점업계 결연한 자정노력 기회
등록요건 신설 GA 질적성장 관심 필요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보험대리점협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자율협약은 제판분리, 새로운 판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보험대리점 업계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에 대해 결연한 자정노력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최근 3년새 보험 산업의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가 본격화되면서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 수는 25만명에 달하며, 자회사형 GA의 출현, 인수·합병(M&A) 등에 따른 GA 대형화 추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설계사 수 500명 이상인 대형 GA는 60곳을 넘어섰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그림자도 짙어졌다. 과도한 설계사 영입 전쟁, 부당승환계약 등 불건전영업 행위 등이 끊이지 않고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이처럼 GA 시장에 굵직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해결사’로 등장한 것은 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협회장이었다. 3선 국회의원 출신에 정무위원장까지 지낸 그지만, 취임 후 석 달간 현장을 발로 뛰며 확인한 난맥상은 만만치 않은 도전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에 김 회장은 과도한 설계사 영입을 자제하자는 ‘자율협약’을 이달 중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GA 업계 자정노력의 첫 발을 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회장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스카우트(영입) 과열 경쟁에 대한 따끔한 비판으로 서두를 뗐다. 인터뷰 내내 김 회장에게는 소위 “설계사 수만 늘리면 된다”는 업계의 낡은 영업공식을 뜯어고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느껴졌다.

“취임 후 현장을 둘러보니 GA 업권이 성장한 것은 투자를 통해 회사 경쟁력이나 비전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란 걸 알게 됐죠. ‘뒷돈’을 주고 설계사를 빼오는 뒷골목식 저급한 싸움을 통해 덩치가 커진 것이었어요. 설계사의 머릿수로 회사의 가치, 매출, 이익이 결정되는 사업모델은 처음 봤습니다. 금융당국이나 다른 업권에서 보면 난장판인 상황이에요. 하지만 이걸 인정하고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큰 틀을 짜보기로 했습니다.”

GA 업계 개선을 위해 마련한 ‘김 회장표’ 자율협약의 핵심은 과도한 설계사 영입 자제다. 부당한 이익제공 등으로 설계사를 스카우트하는 행위를 자제해 담당 설계사가 사라지는 고아계약을 예방하고, 불법 승환계약, 경유계약, 무자격 모집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이다.

GA가 설계사 신규 도입시 제공하는 스카우트 비용(정착지원금·보조금)과 시책(수당), 초년도 수수료에 대해서는 ‘1200%룰’을 준수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대출(대여) 형태의 우회 지원도 금지했다. 1200%룰은 설계사가 보험계약 체결 후 첫 해에 받는 수수료가 월 납입보험료의 12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제로, 원수사(보험사)에 적용되고 있었다. 중대한 협약 위반사항이 발생하면 현장조사반을 가동해 조사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통보하는 등 실효성 제고 방안도 담았다.

자율협약의 성패는 대형 GA와 자회사형 GA의 참여 여부에 갈릴 수 있는 만큼, 김 회장은 이달 말까지 자율협약 참여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협약 체결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회원사, 비회원사를 가리지 않고 만나 막바지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협회가 희망하는 자율협약 참여 대상 대형 GA는 총 42개사다.

그는 “설계사를 빼가지 말고 시설투자, 기술투자, 인적투자를 해서 회사를 키우고, 적절한 게임의 룰을 짜서 M&A를 활성화하면 시장 안정성에 더 도움이 된다는 데 대부분 설득됐다”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FC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시티 FC가 빠지면 소용이 없지 않나. 덩치 큰 자회사형 GA들도 간곡하게 설득하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이달 안에는 출발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가 자율협약 성사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자율협약이 제판분리 안착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금융회사들의 덩치가 커지고 해외 시장에 노크하고 있지만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격차가 크다는 데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보험 산업 역시 현재의 구조에선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봤다.

“금융회사는 국내 시장에서 소매를 하는 게 아니라, 본업인 자산운용을 해야 합니다. 보험은 다르다지만, 글로벌하게 자산운용을 하지 못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언제까지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노무라증권만 주도해야 합니까. 보험판매전문회사는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게 아니라, 시야를 글로벌로 확장하는 관점에서 출발하는, 보다 큰 비전이죠. 보험판매전문회사가 원수사 상품 판매만 담당하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업이 만들어지고 산업이 커질 거라 생각합니다. 결국 자율협약은 제판분리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겁니다.”

GA의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가질 때라는 생각도 확고했다. GA를 대형 GA와 일반 GA로 이원화해 보험판매전문회사 등록요건을 신설하는 계획도 하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속 설계사, 자본금, 인적·물적·기술적 시스템 구비, 임원 자격, 경영건전성 등 등록요건을 허들로 제시해 질적 성장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1차 배상책임, 경영공시 의무 등 소비자보호기능 강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일본은 원수사가 보험대리점의 시스템 고도화, 설계사 자질 등을 기준으로 평가 등급을 매겨 수수료를 차별 지급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투자 없이 사람을 빼가기만 했는데, 이렇게 판이 바뀌게 되면 질적 성장이 중요해지고 M&A를 하더라도 대리점의 질적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GA 업계의 내부통제 개선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3차에 걸쳐 운영한 내부통제 운영 실태평가 파일럿 테스트도 그 일환이다. 그는 “일부 GA의 경우 조직 대형화에 상응하는 내부통제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4(취약)~5(위험)등급에 해당되는 GA가 지난해 30개사에서 올해 27개사로 감소했으나, 아직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GA를 대상으로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3개 이상 추천하도록 하는 보험상품 비교·설명 제도와 관련해선, 7월부터 필수항목 7개를 추가해 확대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알 권리와 완전판매 정착을 위한 조치”라며 “협회 상품비교·설명시스템을 일평균 1만6000건 이용하며 고객 신뢰도 및 상품 선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1200%룰에 이어 내놓은 차익거래 방지방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김 회장은 “차익거래 방지방안 발표로 2차년도 시책 환수기준 신설과 일부 생보 상품의 수수료개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수수료와 시책 등이 2~3차년으로 이연돼 현장에서는 수입 감소와 운영재원 확보가 현안으로 떠올랐다”며 “허위가공계약을 막는다는 취지는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모집인 때문에 전체가 매도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허위가공계약 위법행위가 있다면 행위자에 대한 등록취소 등 핀셋제재가 우선일 것”이라면서 “1200%룰의 초년도 규제에 이어 2차년도 규제까지 확대되는 추세에서 GA의 손실보전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하며, 운영비 재원 확보 차원에서 최소한의 1200%룰 예외를 별도 운영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2년의 임기 중 가져오고 싶은 변화로는 생태계 발전과 협회 위상 제고를 꼽았다. “임기 중에 보험판매산업의 생태계 발전과 보험대리점협회의 자율기관으로서 위상 제고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특히 임기가 마무리됐을 때 협회가 자율규제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더 나아가 보험업법상 업무 수임을 통한 소비자보호활동과 대리점 등록·폐지 업무, GA 임원변동신고 등을 하는 협회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고 강조했다.

정리=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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