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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조 ‘홍콩H지수 ELS’ 무더기 손실 위험
내년 상반기 만기상품 98% ‘녹인’
발행시 1만선→6200선 40% 뚝
투자자 불완전판매 재점화 우려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둔 5조5000억원 규모의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들이 녹인(Knock-in·원금손실 조건)이 발생하면서 무더기 손실 위험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기간 홍콩H지수가 30% 넘게 급락하지 않을 경우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설계된 상품들이 대부분인데, 발행 당시 1만선을 넘었던 H지수는 이달 들어 6240선대로 40%가량 떨어졌다. 심지어 녹인을 찍은 상태라 H지수가 만기 기준치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40~50% 손실이 나는 상품이 수두룩하다.

▶내년 상반기 만기 5.5조 ‘녹인 공포’ 현실화=29일 헤럴드경제가 내년 6월 말까지 만기인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을 분석한 결과, 만기 물량은 910개, 총 5조5660억원 규모(조기상환 제외·녹인 배리어 설정 공모 대상)로 집계됐다. 이 중 5조5489억원(98%)은 이미 녹인이 발생한 물량으로 파악됐다. 녹인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상품은 2%(1146억원) 수준에 그쳤다. 특히 내년 3~4월에 2조6000억원이 넘는 물량이 만기가 도래한다. 2024년 1분기·2분기 물량은 각각 2조3981억원(42.3%)와 3조2039억원(56.6%) 규모다.

ELS는 만기일까지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요건을 하회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지급하는 파생상품이다. 통상 만기는 3년인데, 6개월마다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만기 전에라도 원금과 이자를 조기 상환받을 수 있다. 다만, 가입 기간 동안 미리 정한 녹인을 한 번이라도 찍으면 ELS의 손실 여부는 만기 때까지 반등 폭에 달렸다.

즉, 3년 만기 중에 반토막 나서 녹인 구간에 진입더라도 만기 시점의 주가가 가입 시점보다 통상 30% 넘게 내리지 않으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모두 챙길 수 있다. 하지만 녹인을 찍은 상태서 만기 시점 주가 하락률이 30%보다 크다면 그 하락 폭만큼 원금이 손실을 본다. 내년 상반기 만기를 앞둔 홍콩H지수 ELS 상품을 둘러싼 우려가 큰 이유도 이미 녹인이 발생한 상태인 데다 H지수도 발행 당시보다 40% 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상품들은 H지수가 1만선을 넘었던 2021년 상반기에 발행된 물량들이다. 녹인은 통상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발행 가격의 40~50%선에서 정해지는데, H지수 연계 ELS 상품 역시 5000대(92.06%)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22년 10월, H지수가 4938.56까지 밀리면서 일제히 녹인을 찍게 된 것이다. 발행 지수 지수대별 녹인 물량을 살펴보면, ▷5000~5500선 2조7636억원(48.8%) ▷5500~6000선 2조4502억원(43.3%) ▷6000~6500선 2618억원(4.6%) 순으로 많았다. 이와 달리, 지난해 10월 H지수가 5500선을 나타냈을 때 발행된 물량은 녹인 구간도 2350~2730선에 설정돼 내년 4월 만기까지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불안한 투자자들=만기가 임박한 상당수 ELS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부분 상품들이 H지수 1만1000대에 만기 시 하락제한 30% 조건에서 발행됐는데, 이 경우라면 내년 만기평가일까지 지수가 다시 7700선 이상으로 올라야 수익을 챙길 수 있고 그 미만이면 하락 폭만큼 손실이 확정된다. 현재 6240선인 것을 감안하면 만기평가일까지 H지수가 23% 뛰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H지수의 올 하반기 예상밴드 상단을 7850선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지금 팔면 -40% 내외에서 환매되는데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등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중도환매 여부를 묻는 게시글도 잇따른다. 이미 은행권에선 40% 손실률이 확정된 ELS 상품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발 위기감이 홍콩 증시를 억누르면서 회복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현재 중화권 증시는 시장 우려가 충분히 반영된 상태라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중국 재정부도 주식 거래 인지세 인하 등 부양책을 꺼내들었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인 불확실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현재 중화권 증시는 펀더멘털 부진과 사이클 회복 지연이 충분히 반영한 상태”라며 “9~10월 레버리지를 재개하면 중국 증시 반등 시도도 재개될 전망이다. 하반기 홍콩 증시가 본토 대비 우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혹시 모를 불완전판매 긴장감이 국내 증시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손실이 무더기로 몰린다면 불안전판매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며 “다른 파생상품들까지 은행 창구에서 팔리지 않으면 시장 긴장감도 커지고, 투심도 얼으면서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H지수와 연계된 파생상품과 투자자 손실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방침이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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