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천정부지 임대료 못버텨 강남 떠난다
중소형 오피스 늘어난 공실률
임대인 “임대료 못낮춰” 버티기
입주 2개월 ‘렌트 프리’도 등장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골목길 건물 2층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이준태 기자

“강남에선 성형외과나 피부과처럼 잘나가는 병원 아니고는 버티기 힘들어요. 강남 오피스시장이 떠오르면서 무리해서 들어왔지만 임대료가 오르자 많이들 버티지 못하고 나갔습니다.”(강남대로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

서울 강남권 도심에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던 공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는 신생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급등한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골목길로 들어서자 1층 상가에서부터 공실 현수막이 붙어 있는 곳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분양 관계자의 휴대전화 번호와 ‘임대 문의’라고 적힌 글귀가 블록당 하나씩 자리했다.

테헤란로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A씨에 따르면, 강남대로 한 사무실을 임차한 한 무역회사는 비용 상승을 감당 못해 강남 사무실에서 퇴거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강남에 사무실을 한 곳씩 두고 있었는데 비용절감을 위해 강남 사무실을 없앤 것이다.

B씨는 “이 근처 10층 건물에 공실이 3곳 있는데 전용면적 330㎡인 10층 사무실이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000만원, 관리비 370여만원이었다”며 “임차인들은 계약을 연장할 때 임대료를 협상할 여지도 없었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계약이 1년 남았는데 중도 퇴거했다”고 했다.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서울은 물론 강남권에서도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다.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45%로 1분기(1.21%)에 비해 0.24%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내 오피스 공실률은 2021년 1분기 5.45%를 시작으로 8분기 연속 하락한 바 있다. 강남권 오피스(GBD)도 2년 동안 이어져오던 1% 이하 공실률이 무너지기 직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2분기 강남권 오피스 공실률은 0.92%로 전분기(0.69%) 대비 0.23% 올랐다.

공실률 상승의 주원인인 임대료의 상승세도 뚜렷하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서비스기업 CBRE코리아가 지난 1일 발표한 2분기 강남권역 월임대료는 ㎡당 3만4616원이었다. 전분기 대비 5.3% 상승했다. 전년 대비로는 무려 17.6%나 폭등했다.

올라버린 임대료 때문에 임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지만 임대인들도 가격을 낮추지 않고 있다. 임대료를 한 번 내리기 시작하면 이전의 임대료 수준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공실이 있어도 임대인들은 버티기로 일관한다.

대신 임차인을 구할 때 입주 직후 2개월은 ‘렌트 프리(임대료 면제)’를 주는 곳도 있다. 입주 뒤 2개월은 수리 명목기간으로 둬 서류상 월임대료는 깎지 않으면서 사실상 임대료를 내리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전문가도 높은 임대료 상승에 중소기업이 부담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실장은 “신생 기업들이 임대료를 감당 못하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고자 할 경우 테헤란로나 강남대로 이면에 있는 사무실은 공실이 (일시적으로)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태·서영상 기자

Lets_win@heraldcorp.com
sa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