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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루룩’ 편견을 깨는 비주얼...270만인분 팔린 ‘청정원 콩담백면’
김용건 대상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
두유 반죽 압출면...100g당 20㎉
저당설계로 임산부·당뇨환자에 인기
김용건 대상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이 본인이 개발한 콩담백면 제품들과 함께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대상 제공]

세상에 없던 걸 만들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건강면(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콩담백면’의 탄생도 마찬가지다.

“비밀인데.... 밤낮으로 면을 뽑다 과열로 고장 난 설비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돌덩이 같은 면, 물컹물컹한 ‘슬라임(Slime)’ 같은 면이 나오거나 끓였는데 흘러내리는 면을 만나는 게 일상이었어요. 수백 번의 당황스러움에 익숙해질 때쯤, ‘이 친구’가 세상에 나왔죠.”

최근 서울 종로구 대상 본사에서 만난 김용건 대상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청정원 콩담백면’이 나오기까지 걸렸던 4년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개발한 청정원 콩담백면은 2021년 6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총 270만인분이 넘게 팔렸다. 면발은 반투명한 둥근 당면을 닮아 ‘건강면은 두부면’을 떠올리는 소비자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생김새를 갖고 있다. 콩담백면은 비빔국수·멸치국수·콩국수·사골곰탕면·베트남식국수·동치미냉국수, 6종류다. 5월 리뉴얼한 뒤 6~7월에는 무려 약 30만인분이 팔리며 전년대비 2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김 연구원은 가장 큰 어려움은 비교 대상이 없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해초면 같은 걸 응용할 수 없을까 싶어 몇 달간 공장에 가 연구하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마땅히 참고할 제품이 없어 말 그대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김 연구원은 “기존 두부면이 얇게 압착해 만들어진 두부를 칼국수처럼 절단해 만드는 절삭면인 것과 달리 콩담백면은 콩을 갈아서 끓인 두유로 만든 반죽을 미세노즐에 통과시켜 만든 압출면”이라고 설명했다. 제조공정에서 응고돼 두부가 만들어지는 원리를 활용한 것인데, 이 공법은 국내외 특허로 등록돼 있다고 한다. 그는 “물에서 불지 않는다는 특징을 강조하고 싶다”며 “저희 면은 일반 정수에 담겨 유통되는데 이취(異臭·이상한 냄새)도 없고 씻지 않고 바로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콩담백면의 강점은 낮은 칼로리다. 100g당 칼로리는 20㎉으로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진 두부면(100g당 150㎉ 내외) 칼로리의 13% 수준이다. 국수에 들어가는 소면(100g당 370㎉ 내외)과 비교했을 때는 10분의 1 이하다. 그렇다고 쉽게 배가 꺼지지는 않는다. 김 연구원은 “저희 입장에서는 ‘칼로리 적으니 많이 드세요’ 하고 싶지만 오히려 고식이섬유 제품이라 위장에서 팽창돼 포만감을 주는 제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콩담백면은 두부면·곤약면과 같은 다이어트 식품 역할을 하는 건강면이면서 밀가루면을 못 먹는 이를 위한 ‘대체면(麵)’이기도 하다. 밀가루는 물과 반죽되며 글루텐이라는 성분을 만드는데 이 성분이 맞지 않는 사람은 소화·면역계 과민반응을 겪기 때문이다.

콩담백면은 실제로 임산부, 당뇨 환자 등 면을 먹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콩담백면은 면·소스·고명이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제품 100g당 당류 함량 5g 미만)에 맞게 저당 설계돼 있어 당뇨 환자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대상은 한국당뇨협회와 올해 협약을 맺고 약 1년 동안 콩담백면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글루텐은 인류의 대표적인 영양원이지만 고열량·고탄수화물이라는 단점도 갖고 있다. 때문에 밀가루로 만든 면이 가진 쫄깃하고 찰진 식감을 대신할 ‘글루텐 대체재’를 찾는 일은 식품업계가 가진 숙제 중 하나다. 김 연구원은 “여러 기업과 기관에서 글루텐 대체재를 연구 중인데 이 난제가 해결되면 콩뿐 아니라 각종 식물성 재료를 응용한 다양한 면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이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소비자가 고마움을 전했을 때다. 김 연구원은 “당뇨 환자인 한 소비자가 ‘이런 제품을 만들어줘 고맙다’고 쓴 글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다”며 “통상 대체면은 맛이 잘 없는 편인데 콩담백면은 소스가 맛있어 ‘속세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평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희량·전새날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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