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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급증한 가계자산, 주택시장에 독될까

지난해 상반기 이후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자 과거 3년간 급등했던 주택 가격 조정 압력이 부각되며 시장은 큰 공포에 빠졌다. 설상가상 시중금리가 급등하며 PF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개발금융의 부실 가능성이 대두되고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파산이 이어지자 시장은 꽁꽁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 연준과 재무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금융 환경이 개선되고 국내 주택시장 또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로 시장 분위기가 전환되며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반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에 금리마저 급등해 상환 부담이 급증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이긴 하나 주택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전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계 부문의 금융자산 급증이 주택시장 불안을 조기에 진정시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 기간 급증한 유동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 3년간 연평균 명목성장률은 4%에 그친 반면 유동성은 연평균 9% 증가하며 증가액이 845조원에 달했다. 이와 같이 급증한 유동성의 상당 부분이 가계 금융자산의 형태로 축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가계 금융자산은 팬데믹 이후 3년(2020~2022년)간 현·예금, 주식·펀드를 중심으로 1006조원이나 늘어나 코로나 이전 3년 증가분 591조원의 1.7배에 달하고 있다. 동 기간 가계부채가 급증한 점을 고려해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 증가분을 고려해도 코로나 이전 3년과 대비해 2배(557조원 vs 278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중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항목인 통화와 예금으로만 508조원이나 증가해 가계 부문의 대기성 자금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팬데믹 이후 가계 부문의 초과저축 누증도 가계 금융자산 증가에 일조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3년 사이 가계 초과 저축은 101조~129조원 정도로 추산돼 명목GDP의 4.7~6.0%, 민간 소비 대비 9.7 ~12.4%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초과저축의 원인은 팬데믹 직후에는 경제활동 제약에 소비 감소 등 비자발적 요인이 주요인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경기 회복에 따른 고용 증가, 임금 상승, 재난지원금 지급 등이 맞물리며 초과저축이 큰 폭 증가하며 금융자산 급증에 일조했다.

이와 더불어 자산가격 상승 또한 가계 금융자산 급증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년간 가계가 순매수한 국내 주식 규모가 165조원에 달하는 반면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 및 출자지분은 260조원 증가해 주가 상승도 금융자산 증가에 일조했다. 또한 지난 3년간 22% 상승한 주택 가격으로 인해 실물자산의 상당 부분이 금융화 과정을 거치며 가계 금융자산 증가를 이끈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이 급증한 가계 급증 자산은 최근 주택시장의 급격한 조정 압력에도 나름 큰 버팀목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 자금들이 향후 어디로 유입될 것인가에 대해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코로나 기간 급증한 가계 초과저축이 이연 소비로 나타나며 경기 회복과 연착륙을 이끌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소비 증대보다는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반면 2020~2021년 같이 주식시장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글로벌 교역여건 악화와 부동산발 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경기 부진, 주력 산업인 반도체시장의 회복 지연 등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기업 실적 개선을 예상하기 어렵다. 또 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20~30%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대규모 머니무브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다. 금융규제 완화, 역전세난 지원 등으로 가계 차입여건이 개선되고 정책모기지 공급 확대 및 매수심리 회복 등으로 최근 들어 실수요자 갈아타기와 분양권 투자가 재차 증대하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신통기획안에 기반을 둔 재건축 기대 확산 등으로 매수심리가 일부 회복되며 선호도가 큰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 초과저축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주택시장으로 유입이 확대될 경우 금융불균형 완화를 위해 취했던 선제적 금리 인상과 정책적 노력이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한 금융불균형 리스크가 재차 증대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에 논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급증한 가계 금융자산이 주택시장 연착륙과 완만한 부채 조정을 지원하는 가운데 가계 소비여력 확충으로 이어져 민간 소비의 하방 위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경제 및 금융 시스템 측면에서는 나름 최상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 그러나 급증한 가계 금융자산이 소비로 유입되며 경제 버팀목으로 작용할지,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며 금융불균형 이슈를 재차 촉발할지 여전히 미지수다. 가계부문의 금융자산 보유와 부채 보유 간 미스매칭과 분위별로 이질적인 행태를 고려할 때 미시자료를 활용한 추가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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