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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온기 돌아도 역부족...문 닫는 부동산 더 늘어난다
4분기연속 개업 < 휴·폐업 중개사
거래지역 편중·직거래 증가 영향

“최근에는 비수기라서 그런지 ‘워킹 손님’도 줄어든 것 같네요.”

지난 11일 서울 강북지역 내 한 사거리 대로변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 바로 건너편에도, 옆 상가에도 비슷한 규모의 공인중개사무소가 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있지만 매매 계약이 ‘한 달에 2건’도 쉽지 않다.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휴가철, 장마가 겹친 비수기라 부동산에 걸어 들어오는 손님도 줄어든 것 같다”며 “문의도 (매수자가 아닌) 물건을 내놓으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인중개업소들은 여전히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량은 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선 여전히 계약 성사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고 한다. 얼어붙은 업황이 나아지지 않자 아예 문을 닫는 부동산만 늘고 있다.

1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작년 1분기만해도 개업 공인중개사는 4972명으로 휴·폐업 공인중개사(2824명) 대비 2000명 넘게 많았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하락기가 본격화되며 개업하는 부동산은 줄고, 문 닫는 곳은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휴·폐업 공인중개사가 개업 공인중개사를 웃돌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신규 개업 공인중개사는 3197명, 휴·폐업 공인중개사는 4132명이었다.

중개업계에는 부동산 경기 관련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 평가한다. 특히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는데도 문 닫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것은 지역·단지별 부동산 경기 편차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최근 거래의 특징은 시장 전반적으로 늘고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거점 지역, 대장 단지 위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상급지 중심으로 거래가 확산하고 있지만 주요 지역이 아니면 상황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전세 사기’에 일부 공인중개사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 중개업계가 신뢰를 잃은 점도 이런 흐름에 일부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다양한 직거래 플랫폼이 등장하며 수요자들 입장에서 중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직거래에 나서는 것도 더 쉬워졌다. 부동산 직거래 대표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방구하기’는 회원이 299만명에 달한다.

상가 시설 등 비주거용 부동산 거래가 여전히 주춤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상업 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4만1640건으로 지난해 2분기(8만1324건)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상가, 지식산업센터 등을 주로 하는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손님이 더 귀한 분위기”라며 “업무시설이 몰린 지역에선 (계약 건당 인센티브를 받는) ‘소공’(소속 공인중개사)들의 퇴사가 더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개업계 일각에선 월세, 기본 경비 걱정 없는 ‘소공’이 ‘개공’(개업공인중개사)보다 낫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수년간 뜨거웠던 공인중개사 시험 인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큐넷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시험 1차 응시인원은 지난 2018년 13만8287명에서 2021년 18만6278명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엔 17만6016명으로 줄었다.

고은결 기자

k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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