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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분기 정부소비, 26년만에 최대 감소…‘세수펑크’에 하반기도 위축
경기 불확실성 커지면서 재정 공백 우려↑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올해 2분기 정부 소비가 1997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과 맥을 같이 하지만, ‘세수 펑크’와 소극적 정부 지출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에도 나라살림 적자폭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수 펑크에 정부 지출도 '뚝'

14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정부 소비(계절조정·실질지수)는 전 분기보다 1.9% 줄었다.

이는 1997년 1분기 2.3% 줄어든 뒤로 26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코로나·독감 환자 감소로 건강보험 급여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2분기 정부 소비 감소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남은 하반기에도 정부 지출은 여전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과 KDI는 하반기 정부 소비 증가율(전년 동기대비)이 상반기보다 각각 1.7%포인트, 1.2%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역대급 세수 펑크를 정부 지출 증가율 전망을 낮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6월 기준 국세 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원 줄었고 정부의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3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덜 쓰고 덜 걷는’ 기조는 정부의 일관된 건전재정·감세 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 정부에서 악화한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동시에 민간의 소비·투자를 뒷받침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 정부 정책의 취지다.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감세 카드와 함께 수출·투자 중심의 ‘민간 활력 제고’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기 불확실성↑ 재정 역할 목소리 커져

최근 국제유가 인상, 이상기후 등으로 물가 불안 우려가 여전하고 제조업·건설업 회복도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시장에 충분한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정부가 ‘허리띠 졸라매기’ 보다는 실물경기 회복을 위한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이다.

전체 고용지표는 선전하고 있지만 청년층 고용률 하락세가 6개월째 계속되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7개월째 뒷걸음질 치면서 고령층·여성 중심의 ‘반쪽 호황’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부상 중이다.

하지만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해 온 정부로서는 지출 구조조정, 예산 불용 등을 제외하면 단기간에 꺼내 들 카드가 많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이 안 걷히면 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대책이 없으면 쓰는 것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예산 불용 많이 하면 내수 위축 요인이 되고 경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KDI가 지난 10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예산 불용 상황을 가정해 위험 요인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우려와 맥을 같이 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세입 여건 악화 등으로 재정지출이 계획된 수준을 하회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내 수요가 다소 제약될 수 있다”며 재정의 버팀목 역할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강제 불용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계획된 수준 이하로 정부 지출이 줄어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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