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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일 터지는 비위·사고...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논란
횡령·부당이득·불법계좌개설
매년 감사 불구 ‘모럴해저드’ 극심
금융당국도 책임 피하기 어려워

BNK경남은행의 500억원대 횡령에 이어 KB국민은행과 DGB대구은행에서도 잇달아 비위가 적발되면서 은행권의 총체적 내부통제 부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진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지만, 헛바퀴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금융지주 회장들도 연일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강조했지만, 이 역시 말 잔치에 그쳤던 셈이다.

▶고객 모르게 1,000개 증권 계좌 개설...고객문서 위조 의혹=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대구은행이 고객 동의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혐의와 관련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높일 목적으로 1개 증권계좌를 개설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객 동의없이 여타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6월 30일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7월 12일 자체 감사를 벌였지만 금감원에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

대구은행은 각 영업점에서 고객에게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개설할 것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구두로 동의를 받고 전자로 받는 서명을 여러 차례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증권계좌개설 서비스를 시작했고 실제 이렇게 개설된 계좌는 1000여개 이상, 관련 직원은 1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처음엔 민원이 하나 접수된 것 정도로 판단했다. 관련 서류를 완전히 다 임의로 만든 것은 아니고, 고객 동의는 받았지만 서류 확인을 덜 받는 상황과 맞물려 있어 해당 부서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면서 “실적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 확인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각 영업점의 실적 지표인 핵심성과지표(KPI)를 올리기 위해선 증권계좌개설을 통한 계좌 수 증가가 가장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때문에 실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여러 증권사 계좌 개설 권유 등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KPI 압박에 따른 증권계좌 실적도 유의미하게 늘었는지 연도별로 살펴볼 것”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도 볼 것이다. 여러 개연성을 두루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 신고 의무 지키지 않아...내부통제 구멍 숭숭= 앞서 지난 9일 국민은행에서도 상장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익을 취득한 내용이 적발됐다. 특히 국민은행은 미공개정보 신고 의무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민은행 내규에 해당 부서의 경우 주식 거래내역을 신고해야하는 내용이 있었다”며 “신고했는데 조사가 안된건지, 애초에 신고 누락인지에 따라서도 내부통제에 따른 책임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는 여러 직원이 연루돼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모럴헤저드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통제 차원에서 신고 의무를 둔 이유는 어떤 주식을 하는지 종목 뿐 아니라 근무시간에 거래하는지 여부, 횟수 제한 등이 있을 것”이라며 “무상증자 등 관련 업무와 거래를 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했다.

시중은행 준법관계자도 “정상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있었다면 담당 업무별 매월, 분기, 반기 보고하게 돼 있고, 매매명세 신고도 반드시 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실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174조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를 ‘그 법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거나 체결을 교섭하고 있는 자로서 그 계약을 체결·교섭 또는 이행하는 과정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알게 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증권사 임직원은 신고한 한 개의 자기계좌로만 주식거래를 할 수 있고, 거래 내역을 월간 또는 분기마다 소속 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다만 은행은 증권사처럼 신고대상 의무자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어 내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긴급 검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관련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엄정한 조치에 돌입할 전망이다. 특히 내부통제와 관련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확정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도 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관리부실 책임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매년 정기 검사와 감독에 나서고 있음에도 금융권 횡령 및 비위가 끊이지 않아 ‘검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592억7300만원으로 11개사에서 33건이나 적발됐다. 이는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대 횡령을 저질러 전체 횡령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던 지난해에 이어 가장 많은 액수다. 서정은·문혜현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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