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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화끈하게...식품업계 매운맛 전쟁
‘얼얼한 맛’ 놀이문화로 자리매김
다양화·세분화로 소비자 입맛잡기
외식·프랜차이즈도 신메뉴로 가세
농심 ‘신라면 더 레드’(왼쪽)와 오뚜기 ‘마열라면’ [농심·오뚜기 제공]

폭염 속에서도 식품업계는 다양·세분화한 매운맛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매운맛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를 잡았을 뿐 아니라 맛 자체도 다채로워지면서, 한층 높아진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불경기일수록 매운 음식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한다는 점도 최근 식품기업이 잇달아 ‘매운맛 신제품’을 출시한 배경이 됐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들어 라면·외식·프랜차이즈업계 등에서 다양한 매운맛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제품 개발 단계에서 매운맛 콘셉트 식품의 판매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매운맛 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년 전인 2019년에도 마라가 대유행하면서 이를 활용한 각종 식품이 출시된 바 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매운맛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식품업계는 이런 변화에 주목해 매운맛 식품을 개발, 선보이는 중이다. 단순히 맵기가 강해진 제품이 아닌 색다른 매운맛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뚜기는 8월 중 기존 ‘열라면’에 마늘과 후추를 더한 ‘마열라면’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뚜기의 대표 매운맛 국물 라면인 열라면에 다진 마늘과 후추를 활용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매운 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농심도 14일 한정판인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한다. 신라면 더 레드는 스코빌 지수가 7500SHU로 기존 ‘신라면(3400SHU)’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현재 농심에서 판매하는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인 ‘앵그리 너구리(6080SHU)’에 비해서도 스코빌 지수가 약 23% 높기도 하다. 스코빌 지수는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의 농도를 계량화해 매움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지수다. 스코빌 지수가 높을수록 캡사이신 함량이 높아 매운맛이 강해진다.

이번 한정판 출시로 농심은 ▷신라면 더 레드 ▷앵그리 너구리 ▷신라면으로, 국물 라면의 매운맛을 ‘3단계’로 세분화했다.

삼양식품도 신제품 ‘간짬뽕 엑스’를 출시했다. 간짬뽕 엑스는 간짬뽕 브랜드의 확장 제품으로, 기존 제품보다 면과 후레이크의 양이 많고 더 매운맛이 난다.

삼양식품은 베트남산 고추를 사용해 맵기를 기존 제품보다 4배가량 높여 불닭볶음면 수준의 매운맛을 냈고, 용량도 115g으로 9.5% 증량했다.

매운맛 유행은 라면업계를 넘어 프랜차이즈업계로도 확장하고 있다. 기존 메뉴와 다른 매운맛을 강조한 이색 메뉴를 출시하는 프랜차이즈업체도 등장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는 6월부터 매운맛을 앞세운 ‘청주 매운만두’를 사이드 메뉴로 판매 중이다. 해당 메뉴는 맵기 정도가 다른 매운만두·미친만두 2종으로 나눠 선보였다. 출시 직후 일주일 만에 10만개 가까이 판매고를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현재 품절로 재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여름철을 맞아 ‘얼얼하게 매운맛’을 강조한 마라 메뉴를 출시했다. 소시지빵·크로켓·찹쌀떡에도 마라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조합을 선보인 셈이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 사이에선 매운맛 유행이 마냥 반갑지 만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매운맛이 대중화하면서 각종 제품이 출시되자 오히려 ‘순한맛’ 식품 선택권이 위축됐다는 맥락에서다. 최근 몇 년 동안 식품업계에서 제로 관련 식품이 연달아 출시되면서 ‘비(非)제로파’ 소비자가 불만을 가졌던 현상과 비슷하다.

대학생 민모(24) 씨는 “매운 음식이 유행하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먹게 될 때가 많다. 그럴 때 솔직히 눈치가 보인다. (식사 등의 자리에서) 다수결을 통해 억지로 맵게 먹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취업준비생 하모(26) 씨도 “함께 먹을 떡볶이를 주문할 때 친구가 맵게 먹고 싶어해서 곤란했다. 치즈와 주먹밥을 함께 주문해 먹었는데도 너무 매워 이후에는 매운 음식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전새날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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