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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I엔 증권계좌 개설이 제일 쉬워” 실적 압박 이어졌는데…대구은행 “심각성 몰랐다”
대구은행 영업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 몰래 증권계좌를 추가로 개설하는 등 수년간의 부정행위를 한 배경에는 과도한 실적압박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성과평가지표(KPI) 변동에 따른 연도별 불법 계좌개설 추이 등을 파악해 대구은행이 과도한 실적을 압박했는지,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과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 직원들은 실적 압박으로 인해 고객의 동의 없이 임의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구은행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증권계좌가 곧 직원의 실적으로 직결되면서 고객에게 확인받지 않은 해외 선물 증권 계좌까지 개설하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21년 당시 DGB금융그룹 내 계열사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지점망이 없는 증권사 대신 은행이 자산관리(WM) 등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제도가 개편되면서다.

하지만 이같은 영업방식은 직원들에게 실적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위법행위까지 일으킨 단초가 됐다. 특히 여러 개의 영업점에서 100명 가량 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증권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나 이같은 부정행위가 은행 전체의 ‘실적올리기용 영업관행’으로 굳어졌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은행원 입장에서 증권계좌 개설이 KPI 실적을 채우기 편하다는 점도 부정행위가 벌어지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DGB생명 등 계열사의 보험 상품은 은행 고객 대부분이 모두 가입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가입 유치가 어렵다. 하지만 증권계좌는 개설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적으로 채우기 용이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룹사 내 계열사 관계자는 “은행에서는 증권계좌 개설이 KPI를 쌓기 위해 가장 용이한 방법”이라며 “DGB그룹 내 계열사의 지명도가 높지 않아 더 쉽게 고객을 속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과도한 실적압박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았는지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도별 KPI 압박에 따른 증권계좌 실적도 함께 유의미하게 늘었는지, 연도별 KPI 변동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검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은행이 해당 민원을 접수한 시점이 시중은행 전환 의지를 밝힌 시점과 맞물린 것으로 밝혀지며 해당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은행은 7월 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계획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는데, 해당 민원이 접수된 날짜는 6월 말이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이 사건을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역시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대구은행은 과도한 실적압박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를 사전에 인지하고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처음에는 민원이 하나 접수된 정도로 생각을 했다”며 “모든 계좌를 임의로 만든 건 아니고, 고객 동의는 받았는데 서류 확인을 덜 받은 상황 등이 모두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담당 부서가 그렇게 큰 문제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ss@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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