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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소비자 친화적 디지털 경제를 기대한다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 해가 뉘엿하게 질 무렵,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을 가르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표현한다.

디지털경제 가속화로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고객을 이로운 방향으로 유도하는 ‘화이트 넛지(white nudge)’를 통해 고객이 좋은 정보를 얻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고객의 심리적인 사각지대를 이용하여 착각이나 실수를 유도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되는 등의 피해를 발생시키는 방법인 ‘다크패턴(dark pattern)’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다크패턴은 처음부터 법률용어처럼 그 구분이 확실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인터페이스의 설계, 조작 등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법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때문에 각 국가나 국제기구, 연구자마다 다크패턴의 정의나 세부 유형을 달리하고 있으며, 단순히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화면 인터페이스를 교묘하게 구성해서 소비자의 실수를 유도하는 등의 행위도 다크패턴의 범주에 포함되는 등 규율의 대상인 행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함께 날로 교묘해지는 소비자 현혹의 방법들을 앞에 두고 그 행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실제 2021년 소비자원 조사결과, 국내 100개 전자상거래 모바일 앱 중 97%에서 최소 1개 이상의 다크패턴이 발견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규율할 수 있는 방법과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아마존사(社)가 제공하는 구독서비스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이를 의도치 않게 가입하도록 인터페이스를 설계하거나, 이를 해지하려면 수많은 단계를 거치도록 한 행위 등에 대해 미국 FTC가 법위반을 이유로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제재 절차를 개시한 사례가 화제가 되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21일 ‘온라인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방향’을 발표해 여러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 후속조치 중 하나가 바로 지난 7월 31일 발표한 ‘온라인 다크패턴 자율관리 가이드라인’이다.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다크패턴을 19개 세부유형으로 나누어 정의하고 사업자들이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관리가 필요한 사항을 제시하는 한편, 소비자들이 다크패턴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참고할 사항을 담고 있다. 특히, 각 유형의 특성을 고려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착안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자들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는 다크패턴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업자들이 스스로 마케팅 방법이나 화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를 위해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다크패턴인지 무엇인지 불분명했다면,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하는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변화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홍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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