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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562억 횡령 경남은행 부장, ‘셀프심사·결제’…횡령 견제장치 없었다
심사·송금·사후관리 부서 따로 두는 시중은행과 차이
“감시망 미흡할 수 있어…서울-본점 물리적 한계도”
BNK경남은행에서 500억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해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서정은 기자] 562억원의 횡령이 발생한 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심사·송금을 사실상 한 개 부서에서 모두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사·송금·사후관리 등 부서가 모두 분리돼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개별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빼돌린 직원이 부장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셀프 결제’로 손쉽게 수백억원을 착복한 셈이다.

3일 경남은행에 따르면 사고자가 있었던 경남은행 서울 소재 투자금융부 안에는 사업장 심사를 통해 대출 여부를 승인하는 ‘프론트 오피스’와 총 대출금 등 공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자금을 송금하는 ‘백 오피스’가 모두 한 부서 안에서 운영 중이다.

앞서 562억원을 약 7년 동안 횡령한 사고자는 두 부서에서 부장으로 근무하며 부실화된 부동산PF 대출상환금을 빼돌리고 자금인출요청서를 위조해 사업장으로 가야 할 대출금을 가족 명의의 법인 계좌로 송금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실상 본인이 심사하고 승인한 것이다.

경남은행은 전문성을 이유로 이같이 부서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 내부 관계자는 “심사·송금 등 사업 진행인력이 한 부서에 있는 이유는 사업장을 다같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다른 은행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 본점에도 리스크관리와 IB 심사·송금 부서가 따로 마련돼 있지만 서울에 있는 투자금융부에서 진행한 부동산PF 관련업무는 이를 함께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PF대출과 관련한 신청·심사·승인과 송금, 사후관리 부서가 모두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리스크·부동산·금융결제부로 나뉜 본부 세 개 부서의 승인과 심사를 통해 결정이 돼야 영업점에서 대출이 취급될 수 있다”면서 “경남은행의 경우 한 부서에서 송금하고 대출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수백억원 횡령을 일으키도록 도운 자금인출요청서 위조도 이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자금인출요청서가 나오면 송금 담당인력은 해당 사업장에 확인하거나 사업장의 ‘기성고(약정된 총공사비 중에서 공사한 부분만큼의 공사비)’를 확인해 자금을 보낸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부서에서 이를 진행했다면 부장급인 사고자의 지시대로 직원이 따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남은행은 결제권자인 사고자가 한 부서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구조로 사실상 감시망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PF 관련 해당 부서에서 단독 결제만으로 자금 인출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며 “본점의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 영국계인 SC제일은행은 아예 지점장 전결권이 없는 상태로, 개별 은행에서 소액 대출을 취급할 경우에도 리스크부서에 심사를 요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출 관련부서에서 여신 전결권한을 가진 직원이 없다는 얘기다.

검찰과 금융당국은 고위험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등 내부 통제 문제가 큰 것으로 보고 있고 아직 단독 범행인지, 조력자가 있는지 파악 중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또다시 거액의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광주은행, 대구은행 등 모든 은행에 PF자금 관리 실태에 대해 긴급 점검하도록 지도했다.

moone@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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