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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흘짜리 초단기 빚투’ 7000억...반대매매 일평균 560억
증권사 대출강화에 미수거래 우회
7월28일 하루에만 1800억원 늘어
“증시 낙폭 키우는 뇌관될 수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19조7800억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종목들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사흘짜리 초단기 대출인 미수거래 잔액이 7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내는 2차전지주에 대한 신용 대출 요건도 추가로 강화되고 ‘초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수거래 유입세도 더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사흘 안에 미수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도 일 평균 560억원을 웃돌았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7월 28일 7733억6300만원을 기록했다. 6월 말(4838억3200만원)과 비교하면 2895억원(59.8%) 넘게 급증한 규모다. 미수금은 지난 5월 3일 5348억원으로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CFD 계좌 개설을 중단한 4월 말부터 미수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이후 7월 초 4300억원대까지 줄다가 최근 일주일 사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신용거래융자의 경우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180일 이내에 상환하면 되지만, 미수거래의 경우 주가의 약 30%(종목에 따라 다르며 통상 20~40% 내외) 정도만 내고 주식을 산 다음 이틀 이내에 나머지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하는 일종의 ‘초단기 대출’이다. 상환 기간인 이틀 내에 주식을 되팔아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다만, 3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않으면 주식이 강제 처분된다. 주가가 급락한 상태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경우 투자원금을 넘어선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신용대출 요건이 높아지자 미수거래로 우회하려는 투자자들이 폭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들어 포스코그룹주의 신용 잔고가 사상 첫 1조원을 돌파하자 일부 증권사들은 자체 리스크 관리 기준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를 줄였다. 지난 26일 NH투자증권이 포스코그룹주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공여 한도를 줄였는데, 28일 하루에 늘어난 위탁매매 미수금만 1800억원 규모다. 28일을 제외한 7월 미수금 총 증감액(1088억원)을 압도하는 규모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이후 현재까지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를 신용 대출 불가 종목으로 선정해두고 있다.

미수거래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실제로 3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는 미수계좌가 속출하면서 반대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6월 일평균 460억원대였던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7월 들어 560억원대로 치솟았다. 최근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전례없는 하락장이 발생한 이후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26일 496억원·27일 575억원·28일 685억원 순으로 컸다. 반대매매 청산 비중도 10%대를 다시 넘어서면서 현재 11.6%를 기록 중이다.

미수 거래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신용 대출해 투자한 돈인 신용거래융자도 증가세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9조7828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이 9조9334억원, 코스닥 시장이 9조8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식, 펀드, 채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예탁증권담보도 6월 말 21조9720억원에서 22조4781억원으로 5000억원 넘게 불어났다.

주식 투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투자자예탁금도 불어났다. 투자자예탁금은 55조7295억원을 기록했다. 6월 말 51조8000억원이던 투자자 예탁금은 한 달 새 4조원 넘게 급증했다.

지난 27일에는 58조1990억원을 기록 지난해 7월 1일(58조7300억원) 이후 약 1년 만에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서 찾지 않은 돈으로, 일종의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을 띤다.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자주 활용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3월 말 2000억원도 채 되지 않았던 미수거래가 (7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것은 회전율 높은 초단기성 레버리지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이는 급등주들의 시세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지난주 2차전지 관련주 중심으로 변동성이 휘몰아친 후 급반등이 있었지만 단기 급등주들은 여전히 경계감이 필요하다. 당분간 미수금 동향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중심으로 2차전지에 대한 차익실현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수급 영향으로 주가가 눌렸던 업종들이 반등했다”며 “수급 왜곡 현상 완화로 증시는 수급과 가격 측면에서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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