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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론] 극한기후와 극한방재

전대미문의 일이 전 세계에서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이례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미 그 이상이다. 바로 ‘극한기후’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극한(極限)’이란 단어는 ‘사물이 진행해 도달할 수 있는 최후의 단계나 지점’이란 뜻으로 표현된다.

왜 하필 기후를 두고 극한이라는 표현을 붙일까. 과학계에서는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탓이다. 산업혁명 이후 급증한 이산화탄소, 메탄 등으로 인한 온실가스가 주범이다. 해수면 온도상승으로 더 많이 증발한 수분을 머금은 비구름은 육지에 전대미문의 폭우를 쏟아내고, 다른 한쪽에는 온도를 상승시켜 폭염과 가뭄을 몰고 온다. 지구온난화는 녹인 빙하를 통한 이상기류로 더 추운 날씨를 불러오기도 한다. 극한의 피해가 잦아드는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13~17일 충남 청양에는 577㎜의 폭우가 내렸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1200㎜)의 절반이 닷새 동안 내린 셈이다. 미국 데스밸리에서는 55도가 넘은 살인적 폭염이 이어지고, 중국 헤이룽장성에서는 폭우로 체육관이 무너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폭우, 폭염, 가뭄, 폭설, 한파 등 극단기후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7일 “세계 평균 기온이 17.24도로, 역대 최고치(16.9도)를 갈아치웠다”며 극한기후 현상이 뉴노멀이 됐음을 경고했다. 이산화탄소는 통상 식물의 광합성 또는 해양 흡수 과정에서 제거되는데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길게 최대 200년까지 잔류하게 된다. 관성의 법칙이 그만큼 오래가고 돌이키기 어렵다.

바꿔 말하면 그간의 기상기후 데이터로 홍수량을 예측해 하천 제방 높이를 설계하거나 범람 예상지역을 파악해 지역주민 대피 매뉴얼을 만든다면 ‘예측 오류’로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 15일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지만 더 큰 참사를 예방해야 한다는 큰 교훈을 제시한 대표적인 예다.

현재 관계당국에서 행정적 측면에서 사고 원인·책임자 규명에 나서고 있지만, 재난적 관점에서 보면 이와 별개로 극한기후라는 ‘범인’의 재발을 앞으로 어떻게 막을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인 만큼 안전관리 매뉴얼에 입각한 대처가 중요하다. 더욱이 극한기후 일상화로 폭우가 역대급 이상으로 내릴 수 있는 만큼 과거 통계가 아닌 미래 예측에 기초한 방재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앞으로는 폭우, 폭염, 산불, 산사태, 지진 등 자연재난이 우리 사회의 대형화·밀집화와 맞물려 매머드급 사회재난을 촉발하는 이른바 ‘복합 재난’이 더욱 잦게 일으킬 수 있다.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재책 설계가 급선무다.

새 패러다임을 논할 때면 공직사회에서 항상 따라붙는 인력과 예산 문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기존 자원을 과감하게 효율화시켜 대처해야 한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의 80%를 침수시킨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난은 미국 방재대책의 분수령이 됐다. 과거에 얽매인 땜질식 대처로는 상상 그 이상의 극한기후 재난을 피할 수 없다. 극한기후에 극한방재가 절실한 이유다.

박기수 한성대 사회안전학과 특임교수(보건학·언론학 박사)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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