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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먹는 문제, 건강문제, 세금문제와 후쿠시마 문제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양’이 아니라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건강이 좋아지고, 평균 수명이 급증한 이유는 먹거리의 질 향상(상하수도시설로 깨끗한 물 공급, 소득 증가로 단백질 섭취 증가)과 의학기술의 발전 덕분이다.

국민의 건강권 보장은 현대 정부의 중요한 복지과제다. 일부 학자는 고전적 기본권인 자유, 평등, 재산권 외에 ‘건강권’을 말하기도 한다.

많은 나라가 조세와 재정 정책으로 먹는 문제, 건강 문제에 규제와 지원을 강화하는 추세다.

세계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담배에 높은 세금과 건강부담금을 부과하고, 술에 높은 세금을 과세해서 소비자의 구입을 어렵게 만든다. 많은 선진국가가 건강권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비만세’를 신설해 설탕, 음료수 등 비만 유발식품에 세금을 높게 매기고 있다.

건강과 휴식 지원을 위해서 우리는 이미 국립공원 입장료를 면제했고, 올해 6월부터 국립공원 사찰의 입장료를 면제하고 있다. 사찰의 입장료 상당액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한다.

우리는 국방비 지출과 관련해 ‘평화배당금’이라는 용어를 자주 듣는다. 평상시 국방비를 증액해 전쟁을 억제하면 전쟁으로 인한 천문학적 비용보다 장기적으로 국민세금이 적게 든다.

질병의 예방비용이 질병 발생 후 치료비용보다 훨씬 적게 든다.

금연 캠페인, 공원 조성, 운동시설 확대 등은 사전에 질병 예방을 통해 장기적으로 정부 예산을 절약하는 ‘건강배당금’이다.

중국의 전설적 명의 중에 ‘편작’이라는 의사가 있다.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제나라 사람이다. 편작이 병 치료를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듣자 편작이 한 말이 전해진다.

편작의 아버지는 아무 이상도 없는 사람도 질병 가능성을 예측해서 미리 조치한다. 형은 병 걸린 사람이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아니해도 사전에 알아서 치료한다. 병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예방하는 아버지와 형이 병이 발생한 다음에 치료를 잘하는 편작보다 더 훌륭한 의사라고 말했다.

값싸고 질 좋은 식품을 제공해서 국민을 건강하게 만드는 정책은 정부의 중요한 과제다.

우리는 먹는 식자재의 90%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한다. 소고기와 생선 등 육류, 밀 콩 참깨 등 곡류, 커피와 과일 등 기호식품 등 외국산이 없으면 서민 생활이 안 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밀과 해바라기 기름의 공급 부족 여파로 국제식자재 가격 상승, 파생적으로 우리의 음식, 소비재가격 상승 등 물가 인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 가장 어려운 협상이 농산물, 수산물의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게 과세하는 것이다. 외국은 우리의 공산품 수출에 대해 관세를 면세하는 대신 우리의 자국산 농수산물 수입에 대해 관세 면제를 주장한다.

예를 들면 외국산 쌀 가격이 국내산의 3분의 1 수준이므로 수입쌀에 높게 관세를 부과해 국내 쌀 농가를 보호한다. 참깨, 녹두 등 국내 생산이 적은 필수 잡곡도 서민 수요에 필요한 최소 물량은 관세를 낮게 과세, 한도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은 관세를 높게 매긴다.

광어와 우럭 등 국내 양식이 많은 어류는 양식 어민을 위해 수입이 억제되도록 관세를 높게 매기고, 국내 양식이 적은 생선은 관세를 낮게 부과해 소비자의 식탁물가를 낮게 한다.

과거 미국, 유럽, 칠레 등과 자유무역협상 시 소고기, 쌀, 와인 등 농수산물 때문에 농어민단체의 반대 등 커다란 홍역을 앓았고, 농어민에 많은 세금 지원을 해준 바 있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먹거리와 건강 문제가 전 국민의 관심이며 치열한 정쟁 대상이다.

기본적으로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국민건강 에 위험한지의 진위 판단은 과학의 영역이다.

정치, 철학 등 인문학은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과학은 단지 하나의 진실만이 있다.

우리 국민은 과학자와 전문가의 의견보다 비전문가인 정치인의 의견을 왜 존중하는가? 정치인들이 정파적 사적 이득을 위해 순진한 국민에게 공포와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서민이 생업에 커다란 희생을 치른 다음 추후 정확한 진실이 밝혀져도 어느 정치인, 시민단체 인사도 과거 잘못을 사죄하지 않는 것을 우리가 관대하게 봐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입 쇠고기 광우병 파동, 사드 배치와 성주 참외 파동 등에 대해 정치적 선동으로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과거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적 선동에 부화뇌동하지 않은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익을 가장한 선동 정치인들에게 선거로 냉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민주주의가 성숙한다.

올해 일본 방문자의 3분의 1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정치인 말대로 하면 일본 생선회와 스시, 일본 맥주, 청주를 먹으면 안 된다.

최근 우리의 생선에 대한 일부 정치인의 공포심 조성은 수산업자와 영세 자영업자, 소비자를 힘들게 만든다.

우리는 세계에서 평균 수명이 가장 긴 ‘장수국가’다. 건강권 보장이 매우 잘되는 국가에 살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진위 문제는 과학자와 전문가를 믿자.

윤영선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관세청장)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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