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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흠집 저절로 고치고, 게걸음 평행주차도…신차 신기술, 언제 적용될까 [여車저車]
현대차·기아, 나노 테크 데이서 신기술 공개
현대모비스 ‘롤러블 디스플레이’ 개발 막바지
정의선 회장,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제고 강조
현대차 자율주행 관련 글로벌 캠페인 영상.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 2028년 여름. 대기업에 다니는 홍길동 부장은 출근길 집을 나서기 현대차 커넥티드 서비스 전용 앱을 통해 전날 공지 받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업데이트를 실행했다.

주차장에 도착한 홍 부장이 운전석에 올라타 출발하려는 순간 주차장 외벽에 범퍼 쪽이 살짝 닿았다. 10㎝가량의 긁힌 흔적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는 크게 걱정하지 않고 직장으로 향했다. 차량에 적용된 셀프 힐링 기술로 긁힘이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상온에서 두 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요즘 같은 뜨거운 날씨에는 30분만 지나도 긁힘이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안전벨트를 매고, 스티어링휠에 손을 올리자 기분 좋은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이 적용돼 내장재 곳곳에 손길이 스칠 때마다 다양한 향이 실내에 은은하게 퍼진다.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30인치의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데시보드 상단으로 올라왔다. 음성으로 ‘빠른 길’을 묻자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홀로그램 AR(증강현실)-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실행, 전면 유리창에 실시간 교통 정보를 알려준다.

현대모비스 '롤러블 디스플레이' 시연 장면. [현대모비스 제공]

한여름 날씨답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지만, 홍 부장은 에어컨은 켜지 않았다. ‘투명 복사 냉각 필름’을 부착, 기존과 비교해 실내 온도를 7도가량 낮췄다.

국도를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홍 부장은 HDP(고속도로 자율주행)를 실행하고, 스티어링휠에서 손을 뗐다. 회의 때 사용할 각종 자료가 담긴 이메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홍부장이 팀원에게 받은 영상자료를 누르자 스마트폰과 연동된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나머지 3분의 2가 올라왔다.

어느덧 도착한 회사 건물 주차장에는 평행주차만 가능한 비좁은 공간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황 부장은 걱정하지 않았다. 황 부장의 차에는 바퀴를 90도로 접은 채 게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크랩 주행’ 기능이 탑재된 ‘e-코너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손쉽게 평행주차가 가능했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이 같은 기술은 모두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가 개발 중인 것으로, 일부는 양산이 가능할 정도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을 적용한 소재(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페로브스카이트 투명 태양전지, 투명 복사 냉각 필름 온도 비교, 압력 감응형 소재 체험폼. [현대차그룹 제공]

실제 현대차·기아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을 열고 ▷셀프 힐링(자가치유) 고분자 코팅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투명 태양전지 ▷탠덤 태양전지 ▷압력 감응형 소재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 미래 모빌리티 실현의 근간이 될 6가지 나노 신기술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셀프 힐링 고분자 코팅 기술의 경우 이르면 2~3년 내 도입이 가능할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웅 현대차 책임연구원은 “셀프 힐링 기술을 2~3년 후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 카메라 렌즈와 같은 표면에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만, 향후 외장에도 사용 가능한 강도의 셀프 힐링 기술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 5월 레벨 4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고객경험 비전을 담은 글로벌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자율주행 레벨 4 단계는 차량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판단해 운전하고, 비상 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e-코너 시스템’ 크랩주행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역시 지난달 경기도 용인 ‘마북연구소’에서 ‘현대모비스 2023 미디어 테크데이’를 개최하고, 현재 개발 중인 ‘롤러블 디스플레이’와 34인치 크기의 ‘스위블(가변형)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디스플레이 개발을 맡고 있는 이대순 현대모비스 ICS 시스템셀장은 “차량 주행 중 예상할 수 있는 진동과 이용자의 터치에서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 테스트를 마쳤다”며 “양산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대폭 줄일 수 있게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지난 4월 ‘e-코너 시스템’을 장착한 ‘아이오닉 5’ 실차가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과 인근 도로를 달리며 다양한 주행모드를 시연하는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전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 아래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룹 연구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에 각 기능별 전담 조직을 구축한 것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관련 전략적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8월에 이어 지난달에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이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수는 200여 곳,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를 제외한 수치다.

정 회장도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 제고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찾아 첨단 반도체 생산 공정을 살폈다.

김흥수(왼쪽부터) 현대차 부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 닐 필립 인텔 팹24 운영 총괄 부사장이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레익슬립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팹24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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