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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닛산도 “테슬라 진영 합류”…북미 충전 방식 ‘통일천하’
일본 자동차 업체 중 최초
GM·포드·벤츠·볼보 등 합류
현대차·기아도 도입 두고 고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닛산이 일본 완성차 업체 가운데 최초로 테슬라가 주도하는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충전 규격 방식을 채용한다. 북미에서 NACS가 대세로 자리 잡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닛산의 합류가 다른 일본 완성차 제조사들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닛산은 2025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NACS 충전 규격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전기차 ‘리프’를 2010년 출시하며 일본 독자의 급속충전 규격인 차데모(CHAdeMo) 방식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향후 북미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는 NACS 방식을 도입한다.

닛산은 우선 2024년 이후 북미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아리야’에 NACS용 어댑터를 제공해 대응한다. 2025년부터는 NACS 충전 포트를 갖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리비안과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 볼보 등도 NACS를 채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도 NACS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유수의 자동차 대기업들이 잇달아 NACS 채용을 발표하며, 북미 급속충전 시장 주도권은 사실상 테슬라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전체 공용 급속 충전기의 60%를 차지한다.

그동안 미국에서 테슬라는 독자 규격인 NACS를, 타 업체들은 CCS 커넥터를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테슬라가 자사의 NACS를 타 자동차 업체가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면서 시장 판도가 변했다. 테슬라는 전국에 깔린 충전기 이용률을 높이고,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CCS 충전 커넥터와 테슬라 충전 커넥터. 검은색이 테슬라. [테슬라, 신한투자증권]

미국 정부는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Formula Program)’ 정책을 통해 주요 고속도로 50마일(약 80㎞)마다 급속충전소 설치를 계획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타 완성차 업체에도 충전기 개방이 필수다.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미국 전기차 판매 2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린 ‘아이오닉 5 N’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NACS 도입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고객이 원하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테슬라랑 같이 갔을 때 고객에게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를 고려해야 하고, 테슬라 스탠더드에 맞춰 충전했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충전효율이 효과적으로 나오는지 검증하는 등 테슬라도 우리를 도와줘야 할 것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만간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 2위(3만8457대)를 기록했을 정도로 현지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 가고 있다. 다만 1위인 테슬라(33만6892대)와의 판매 격차가 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NACS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빠른 시일 내에 현대차그룹이 테슬라와 유사한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무작정 NACS를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오닉5’, ‘EV6’ 등 주요 전기차가 800V 초고속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어 500V인 테슬라 충전기에 연결할 경우 오히려 충전속도 저하 문제가 생긴다. 또 전기차 고객의 개인정보, 주행·충전 데이터 등이 충전 과정에서 테슬라로 넘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충전 서비스 관련 부가사업 등 생태계 전반을 테슬라가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황재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충전 표준의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밸류체인에 대한 테슬라의 우위가 굳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며 “다만 통신 표준을 공유하더라도 충전 외 특화된 기능에 대해서는 자동차 제조사별 독자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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