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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위 예측 사각지대 '소하천'...뒤늦게 팔 걷어부친 행안부
尹, 평소에도 체계적 작동하는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 주문
환경부 관리하는 국가·지방하천 모니터링 시스템 이미 갖춰
오송 참사 2시간 전 금강홍수통제소 청주시에 "교통통제" 통보
문제는 전체의 64.9%에 달하는 '소하천'...하천법 미적용 '사각지대'
홍수예보 기초 수문조사 제외...지난해 '포항 지하주차장 참사' 원인
행안부, 전국 소하천 2만2000개 중 2200개에 대한 수위 예보시스템 구축

15일 밤새 내린 비에 충북 미호강의 지류 하천인 병천천이 범람해 청주 오송읍 쌍청리 도로에 불어난 물이 들어차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평소에도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디지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오송 참사’에 대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질책하며 이렇게 지시했다. 하지만 ‘소하천’ 범람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선 여전히 ‘무방비상태’다. 물관리 일원화를 명목으로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옮기고 관련 조직과 예산도 이관했지만, 환경부 관리 범위가 국가·지방하천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소하천은 우리나라 전체 하천의 64.9%에 달하지만 현재로선 범람에 대한 예보 시스템이 없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 소관인 ‘하천법’ 상 하천은 국가·지방하천으로 구분된다. 국가하천이 73개, 지방하천은 3768개다. 국가하천은 유역면적 합계가 200㎢ 이상인 하천, 다목적댐 하류 및 댐 저수지로 인한 배수영향이 미치는 상류의 하천, 유역면적 합계가 50㎢ 이상이며 200㎢ 미만인 하천으로 인구 20만명 이상의 도시를 관류하는 하천이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은 작년 7월 지방하천에서 국가하천으로 승격됐다. 하천법 상 환경부 소관이지만 환경부는 국가하천 중 5대강 본류와 일부 국가하천만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는 나머지는 국고를 지원하며 지자체에 위임한다. 환경부가 충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가 다시 청주시에 재위임하는 형식이다.

국가·지방하천은 수문조사 대상이다. 수문조사란 하천의 개발과 이용, 보전을 위해 하천의 수위와 유량 및 유사량, 유역의 강수량과 증발산량 등 기초자료를 과학적으로 관찰·측정·조사·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수위관측소 820개, 유량관측소 572개, 초음파를 이용한 자동유량관측소 61개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2017년 1월 만들어진 ‘수자원 조사·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환경부가 수행한다. 이번 ‘오송 참사’ 당시에도 환경부 소속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2시간 전 청주시에 “교통통제나 주민 대피 등을 조치해 달라”고 통보했다. 다만 청주시나 충북도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송 참사’는 홍수를 예보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는 아니다.

2022년 9월 6일 저녁 태풍 '힌남노'의 폭우로 잠긴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소방·군 관계자들이 실종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연합]

반면 우리나라 전체 하천의 64.9%에 달하는 소하천은 범람에 대한 예보 장치가 없다. 환경부 소관의 ‘하천법’ 적용 대상이 아닌 탓에 홍수예보의 기초가 되는 수문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하천 수문조사시설은 수위·유량관측소 10개가 전부다. 관련 통계자료도 조사·발표되지 않아 수위와 유량 등 기초자료도 없다. 갑작스런 범람에 대비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다른 소하천이 범람한다고 해도 현재 관리 체계에선 속수무책이란 점이다. 행안부는 올해부터 전국 2만2000개에 달하는 소하천 중 10%에 해당하는 2200개 소하천에 대해 수량 예보 시스템 설치에 착수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 소하천 2만2000개의 대부분이 '건천'으로 범람 위험이 크지 않다”이라며 “다만 이 중에서도 범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소하천 2200개를 추려 올해 440개 소하천에 대한 수위 예보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 국토는 63%가 산지인 탓에 하천경사가 급하고 연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여름에 발생한다. 장마로 발생하는 큰 홍수량으로 인명과 재산피해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엔 기상이변 탓에 국지성 집중호우 발생빈도가 크게 늘었다. 지난 1973년부터 50년 동안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한 빈도를 보면, 1시간 최다 강수량이 50㎜ 이상이었던 날이 열흘 이상이던 해는 1985년과 1998년, 2008년, 2012년, 2017년, 2020년이다. 한 해 평균 4.7번 정도다. 하지만 이를 10년 주기로 끊어보면, 1973년~1982년은 한 해 평균 2.4번인데 비해 2013년부터 최근까진 5.7번으로 두 배 정도 늘었다. 이는 소하천 범람 위험이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소하천을 하천법 대상에 포함해 하천에 관한 법체계를 일원화해 통합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날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저수지 등 발전댐을 언급하며 물관리가 100% 일원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지난해 홍수로 물이 넘쳐 인명 피해를 불러 일으킨 소하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환경부 한 관계자는 “현재 ‘하천법’에 따라 관리되는 국가·지방하천에 소요되는 한 해 예산은 4500억원 가량”이라며 “소하천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면 현재의 2배가 넘는 조 단위의 재정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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