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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실이 나도 임대료 안 내려주네”...‘임대문의’만 붙은 텅빈 종로거리
높은 임대료·재개발 소식에 한산
서울 종로3가역 인근 대로변 상가 곳곳에 ‘임대문의’를 게시한 현수막이 붙어있다. 이준태 기자

서울 종로3가 옛 서울극장 인근 상권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19 종식으로 인근 을지로나 명동 은 상권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곳 분위기는 다르다. 구도심권으로 높은 임대료와 고물가까지 겹치며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는 지역 상인의 하소연도 들린다.

종로3가는 종각·광화문·을지로입구 등 오피스 상권과 그리 멀지 않은 도심권에 있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종로3가역 부근 옛 서울극장 뒤편은 장맛비 때문인지 오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외관상 종로3가 서울극장 인근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맞은편 피카디리 극장 인근은 익선동이나 인사동으로 갈 수 있는 골목길이 있어 사람들이 찾는다. 반면 횡단보도를 지나 서울극장 인근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다르다. 대로를 지날 때마다 ‘임대 문의’를 내건 현수막이 상점 곳곳에 걸려 있었다. 청계3가 소방기구상가 골목에서 만난 70대 상인 A씨는 “16.5㎡ 크기 상가 한 칸이 보증금 1800만원에 월 임대료 150만원”이라며 “재개발 이슈까지 있어서 다 나가고 청계8가나 장한평 쪽으로 이동했다”고 토로했다.

종로3가는 도심권으로 공시지가가 높지만 문화재 발굴 등 용적률 제한 등 규제에 묶여 개발이 쉽지 않다. 재개발 시행사도 공사하기 위해 땅을 매입하기 어려워 사업을 하기 어렵다.

종로3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씨는 “공시지가가 3.3㎡당 최소 7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까지 하는데 종묘와 탑골공원 주변엔 문화재 발굴 등 규제에 묶여 저층·구식 건물이 많다”며 “재개발 시행사들이 들어오기도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 지역 인근 건물 상가의 임대료는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른 공인중개업소의 C씨는 “골목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3.3㎡당 월 임대료 20만원 수준”이라며 “대로변은 상가 33㎡ 월 임대료가 4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상인들이 어려우면 세를 낮춰줄 법도 한데 건물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잘 내리지도 않는다”며 “월세를 낮춰주면 건물 자체의 가격이 내려간다고 판단한 임대인은 공실이 있어도 감수한다”고 설명했다.

수치상으로도 종로의 임대료는 서울시 평균을 웃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시 3.3㎡당 임대료는 13만9927원이었다. 종로 1·2·3·4가동은 19만2001원으로 전체 평균과 5만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을지공구상가 인근과 세운상가 등이 정비구역으로 묶여 재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종로3가와 청계3가 인근 상가 거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로3가역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 F씨는 “종로3가는 매매나 임대 거래가 발생하지 않아서 정확한 시세를 말하기 어렵다”며 “1층 상가는 한 달에 한 건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로 공실률은 코로나19 시기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분기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을 7.1%로 보고했는데 올 1분기에는 9.7%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이준태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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