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익명 출산' 허용하는 보호출산제, "양육 포기 조장" VS "영아 살해 방지"
정부, 출생통보제 보완 위해 '보호출산제' 도입 추진
8년간 유령아동 2123명 중 이미 숨진 아동만 249명
지자체 직권으로 출생 등록...신고 누락 과제 해결
출산 사실 숨기려는 이들 늘어 산모와 아이 생명 위협
익명 출산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 통해 부작용 해결
UN "베이비박스 금지, 비밀출산 도입"..."양육 포기 조장" 주장도

9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 내부 공간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10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됐다. 정부는 위기 임신부가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한 아동을 지방자치단체가 보호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입법까지 더해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까지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보호출산제는 임산부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만 태생에 대해 알권리를 훼손하고,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이를 보완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출생통보제가 도입됐다. 이는 건강심사보험평가원이 지자체에 출생사실을 통보하면, 지자체가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등록하는 제도다. 법이 마련되면서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 여부를 국가가 확인할 수 있게 됐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국가가 직권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출생신고 누락이란 큰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지난 8년 동안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동’은 2123명에 달하며, 이 중 11%가 넘는 249명은 이미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출생통보제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물론 신고에서 누락되는 아동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같은 이유로 의료기관에서의 진료나 출산을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십대 청소년과 같이 어린 미혼모로서 임신 자체를 환영받지 못하거나, 법정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혼외자를 출산한 경우 등 자신의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모와 태아 모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임신출산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임산부가 익명을 보장받은 채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 보호출산제가 출생통보제의 보완·병행 입법으로 논의되는 것도 그래서다.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츠크, 오스트리아 등에서 익명출산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의료진의 조력을 받아 안전한 환경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두고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홀로 출산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사고를 예방하고, 출산 직후 벌어질 수 있는 영아살해를 막는다. 익명출산제도는 임신유지와 출산에 대한 산모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경감신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출생한 자의 태생에 대한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에 독일에선 이와 다른 비밀출산제도를 만들었다. 모(母)에 대한 기록을 밀봉해 국가기관에 보관해뒀다 자녀가 16세에 이르면 요청에 의해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모가 열람을 반대할 수도 있다. 이들 해외 국가들에선 이미 시행 중이지만, 제도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제도에 반대하는 이들은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원가정 양육을 지켜줄 거에 대한 국가의 고민을 더 심각하게 해야 한다”며 “인프라가 없는 상황에서 보호출산제만 빨리 간다면 위기임산부에게 익명출산을 권하게 되면서 오히려 바라지 않는 취지로 유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2019년 UN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에서 “아동에 대한 익명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하고, 병원에서의 비밀출산제 도입 가능성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호출산제 도입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는 친부에 대한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친부와 관련해 임산부와 태아를 유기하는 부류, 임신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부류 등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친모가 포기해도 친부가 권리를 갖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을텐데 이런 권리를 위한 절차 등의 논의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28~30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1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호출산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77.2%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