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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승기 - RZ 450e] “렉서스 편안한 거 알지? 응 RZ!”
주행 이질감 없어…14인치 디스플레이 시의성·조작성 좋아
차선유지보조 기능은 아쉬움…가격은 8480만~9250만원
‘RZ 450e’ 외관.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미소를 짓게 하는’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전기차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토요타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의 첫 순수 전기차 ‘RZ 450e’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오노 타카아키 RX 수석 엔지니어는 ‘차를 만들 때 가장 신경을 쓴 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개발자의 설명은 차량의 운전석에 앉아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비로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RZ 450e는 ‘하이브리드 명가’, ‘조용한 모범생’이라는 렉서스의 별명을 무색하게 할 만큼 경쾌하게 잘 달리면서도 편안했다.

최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출발해 약 25㎞ 떨어진 합강정휴게소를 왕복하는 코스로 RZ 450e(럭셔리 트림)를 시승했다.

‘RZ 450e’ 측면(위쪽부터 시계방향), 후면, 전면. [서재근 기자]

전면에서 느껴지는 첫인상은 말 그대로 ‘렉서스’ 그 자체다. ES, NX, RX 등 세단부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의 ‘스핀들 그릴’ 디자인이 신차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물론 엔진이 없는 전기차답게 형상만 기존 내연기관 모델들과 비슷했을 뿐, 그릴 어느 곳에도 바람이 통하는 구멍은 뚫려 있지 않다. 자동차 디자인의 경우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만큼 평가가 크게 의미 없을 수도 있겠지만, ‘무게감 있는 중후함’보다 ‘현대적이면서도 날렵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면 RZ 450e의 첫인상은 꽤 괜찮게 느껴질 것 같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큼지막한 14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웬만한 노트북 화면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는 물론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모드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RZ 450e’ 실내. [서재근 기자]
‘RZ 450e’에 적용된 14인치 디스플레이. [서재근 기자]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운전석과 센터페시아까지 디지털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 화면을 하나로 합친 커브드 디스플레이만큼은 아니지만, 넓찍한 화면을 통해 느껴지는 개방감도 꽤 뛰어났다.

특히 일상 주행에서 활용도가 높은 내비게이션은 물론 서라운드뷰 기능을 사용할 때 큰 화면이 주는 만족도가 상당하다. 다만 최근 BMW에서도 콤팩트 전기 SUV ‘iX1’을 비롯해 최근 출시된 일부 전기차에서 주행모드를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는데 RZ 450e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주행보조장치와 같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운전하면서 디스플레이 화면을 일일이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애는 편이 더 나은 것 같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 노브도 눈에 띄는 요소다. 원형 테두리 부분을 아래로 누르고 좌우로 돌려가며 ‘R(후진)’, ‘N(중립)’, ‘D(주행)’ 등을 조절하는 방식인데 ‘최신 기술이 집약된 차’라고 강조하는 것과 같은 디자인은 물론 조작감이 매우 좋았다.

스티어링휠 우측 상단에 있는 시동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2t(톤)에 달하는 차체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회생제동에 따른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성차 브랜드의 기술력이 발달하면서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이 이 부분을 꽤 개선하고는 있지만, 렉서스만큼은 작심하고 신경을 쓴 것 같았다.

‘RZ 450e’ 온도 조절 다이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내비게이션 화면, 헤드업디스플레이, 서라운드뷰 기능. [서재근 기자]

카사이 요이치로 RZ 부수석 엔지니어도 최근 진행한 미디어 행사에서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토요타자동차는 1세대 ‘프리우스’ 모델 개발 때부터 회생제동 기술을 연구했고,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RX는 굉장히 높은 수준에서 균형을 갖춘 모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개발자의 설명대로 주행하는 동안 가속페달을 반복해서 밟았다 뗐을 때 거슬리는 울컥거림, 울렁거림은 느껴지지 않았다. 뒷좌석에 탔을 때도 럭셔리 브랜드 차량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충분할 만큼 편안한 느낌을 준다. 물론 가속력 부분에서도 모자람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다. 바로 차량이 차선을 이탈했을 때 차량이 스스로 조향을 조절해 가운데로 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선유지기능이다. 최근 현대차나 기아, 제네시스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는 물론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 전기차의 기능을 예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차량이 개입하는 정도가 매우 낮다.

다이얼 방식의 기어 노브. [서재근 기자]

최근 토요타가 출시한 16세대 플래그십 세단 ‘크라운’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회사 측에서는 “‘내가 차체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렉서스가 추구하는 감성”이라고 설명했다. 차선유지기능은 어디까지나 운전을 보조하는 기능이지만, 만일 평소 이 기능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거나 혹은 주행보조시스템을 차량 구매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먼저 RZ 450e를 시승해 보기를 추천한다.

렉서스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명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RZ 450e는 수프림과 럭셔리 등 두 개의 트림으로 구성되며, 판매 가격은 ▷RZ 450e 수프림 8490만원 ▷RZ 450e 럭셔리 9300만원이다.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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