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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가조작 가담·채권 돌려막기 언제까지 개인 탓?…증권사 ‘CEO 책임론’ 부상 [투자360]
서울 여의도 증권가.[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최근 증권업계에서 불공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증권사의 위법행위에 최고경영자(CEO)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증권사 직원의 주가조작 가담이나 ‘채권 돌려막기’ 등을 개인 일탈이나 관행으로 치부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열린 증권사 영업 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증권사 대표들을 공개적으로 질타했다.

함 부원장은 "더 이상 고객 재산 관리, 운영 등과 관련한 위법 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영업 관행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등 어느 것도 위법 행위를 거르지 못한다는 것은 전사적인 내부 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간의 관행에 대해 시장 환경을 탓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위법행위는 증권사 최고경영자의 내부 통제 소홀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증권사들의 '채권 돌려막기' 행태와 증권사 관계자들의 주가조작 가담 행위 등을 정조준한 것이다.

앞서 KB증권, 하나증권 등이 랩·신탁 계좌에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통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업계는 과거부터 지속해 온 관행이라며 금감원이 뒤늦게 문제 삼는다고 불평해왔다.

또 H증권의 현직 간부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미등록 투자컨설팅업체 H사 대표 라덕연 씨 일당의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자 해당 증권사는 개인 일탈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은 그간 관행과 개인 일탈을 방패 삼아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왔지만, 내부 통제와 준법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최종 관리자인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

특히 제도권 증권사들은 안전한 거래를 보장한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을 모으는 만큼 기본적인 경영 기반과도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증권사에서 위법 행위가 발생해도 CEO들은 '꼬리 자르기'로 빠져나간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등 국내 시장은 후진적인 모습이 많다"며 "CEO가 직접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더라도 윗선이 책임을 지는 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가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 것으로 끝낸다면 위법 행위를 근절하기 어렵다"며 "금융 당국이 엄정한 잣대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당국의 강한 질타가 나오자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자본시장의 사건 사고는 소위 금융 선진국에서도 계속 발생하는 만큼 이를 완벽히 예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개선 노력만으로도 신뢰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내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법제화를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 내부통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업계 관행에 대해서도 스스로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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