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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도시침수 예방열쇠, 막힘 없는 빗물받이

‘16만7000㎞.’

지구를 4바퀴 돌고도 남는 길이. 이것은 우리나라 지하에 매설된 하수관로 길이다. 이 중 빗물이 통과하는 관로만 따로 셈해도 약 10만㎞에 이른다.

도시에 내린 비는 하수관로를 통해 하천으로 빠져나간다. 빗물이 원활히 빠져나가지 못하면, 도시는 물에 잠긴다. 지난해 8월 시간당 140㎜의 비가 내려 서울시 일부가 물에 잠겼다. 침수 원인으로 기록적인 폭우, 하수도시설 용량 부족, 빗물이 모이는 지형 등 다양한 요인이 거론된다. 그중에서 ‘막힌 빗물받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빗물받이는 도로 빗물을 모아 지하 하수관로로 전달한다. 하수관로의 시작점이다.

빗물받이가 막힌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해 8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일명 슈퍼맨이 등장했다. 서울시 강남역 인근이 침수됐을 당시 그는 폭우 속에서 막혀 있던 빗물받이를 들어 올리고 맨손으로 쓰레기를 치웠다. 그 결과 무릎까지 찼던 빗물이 빠져나갔다. 국립재난연구원은 2015년 실시한 연구에서 도로변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여 있을 때 침수가 3배 빠르게 진행되고, 덮개로 빗물받이 3분의 2를 막으면 침수 면적이 최대 3배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강남역 슈퍼맨’과 국립재난연구원 연구결과는 배수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도 빗물이 들어오는 문이 닫히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입증한 셈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하수도법을 개정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빗물받이를 포함한 하수관로의 유지 관리를 철저히 해 도시 침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지자체는 하수도 시설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청소하는 등 시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

거리에 빗물받이 상황은 어떠한가. 최근 기사에서 빗물받이가 담배꽁초로 가득 차 있다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지자체는 빗물받이를 청소하고, 상황점검반을 꾸려 운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한 후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쓰레기로 차버려 관리가 쉽지 않다. 청소 이전에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그 힘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에서 나온다.

누군가는 도로나 골목을 걷다 보이는 구멍(빗물받이)이 무엇인지 모르고 손에 있는 담배꽁초를 무심코 구멍에 버렸을 것이다.

어떤 상가에서는 냄새가 올라오는 구멍을 고무판으로 막았을 것이다.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빗물받이를 막고, 갈 곳 잃은 빗물은 도시를 잠기게 한다.

내가 한 사소한 행동이 도시 침수라는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한 빗물받이 관리에는 민·관이 따로 없다. 빗물받이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닫고 막힘 없는 빗물받이 만들기에 우리 모두 동참할 필요가 있다. 방법도 어렵지 않다. ‘첫째, 담배꽁초 등 쓰레기를 빗물받이에 버리지 않기. 둘째, 빗물받이에 덮개 놓지 않기. 셋째, 막힌 빗물받이를 보면 지자체에 신고하기’다.

작은 실천이 모여 도시침수를 막는 큰 힘을 낼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도시 침수 예방은 ‘막힘 없는 빗물받이 만들기’라는 것을 다시금 강조한다.

신진수 환경부 물환경정책실장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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