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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팩상장 율촌 “EV向 인발강관 기술 韓 1위 자부…북미·유럽 현지화 발판 히든챔피언 도전” [IPO CEO 인터뷰]
이흥해 율촌 대표가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율촌 제공]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별 볼일 없던 기술력에서 시작해 일본을 넘어 미국 완성차는 물론, 독일 고급차 브랜드까지 고객사 목록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기차(EV) 시대를 맞아 멕시코, 폴란드 현지 생산기지를 통해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확장함으로써 ‘히든챔피언’ 자리에 한번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이흥해 율촌 대표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코스닥 상장에 나서는 포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86년 설립된 율촌은 자동차 부품, 건설·광산 채굴용 장비, 가구 등으로 사용되는 ‘인발강관’을 제조하는 회사다. ‘인발(引拔·drawing)’은 정해진 굵기의 구멍을 끊임없이 통과시켜 파이프 같은 금속 관이나 선재를 생산하는 것이다.

율촌에 대해 이 대표는 한 마디로 ‘금속 소재 글로벌 강소기업’이라 소개했다. 그는 “국내 동종업계 20여개사 중 매출 규모로는 2위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이지만, 대구경부터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초정밀 소구경 제품까지 고객 수요에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만큼은 국내 1위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율촌은 자동차 부품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기준 전체 매출의 75.8%가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대표는 “글로벌 인발강관 시장에서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며 “내연기관 자동차에 공급되던 기존 인발강관 제품 모두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미 개발을 완료한 뒤 양산 돌입을 준비 중인 신규 아이템으로 전기차 시대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율촌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찍부터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율촌이 가장 먼저 타깃으로 삼았던 국가는 일본이다. 이 대표는 “단기 경쟁이 심하고 시장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을 벗어나야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판단했다”며 “높은 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세계 1위 완성차 회사 일본 도요타만 뚫을 수 있다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포드는 당연히 돌파할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 율촌은 지난 2004년 도요타·혼다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현지 업체에 인발강관 제품을 처음 수출하는 데 성공했고, 3년이 지난 2007년에는 미국 자동차 부품사와 납품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율촌은 생산 기지를 현지에 구축하는 데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북미 시장을 겨냥해 율촌은 지난 2014년 멕시코에 지난 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2016년에는 현지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지난 7년간(2016~2022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이 142%에 달한 결과 작년엔 매출액 397억원으로 361억원을 기록한 국내 법인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율촌 멕시코는 투자자로 나선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MPPC가 각각 6.2%, 5.6%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 ‘포스코 관련주’로 꼽히는 이유다.

해외 사업의 호조 덕분에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매출은 2020년 386억원, 2021년 569억원 그리고 2022년에는 758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2020년 18억원에서 지난해 51억원으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168억원에 2억3000만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체 매출의 81%가 해외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상장 작업 역시 유럽 내 현지 생산 기지를 확충하기 위한 율촌의 노력과 직결돼 있다. 율촌은 지난해 9월 폴란드 법인 설립한 뒤, 2024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폴란드에 공장 건설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상장을 통해 155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게 된다”며 “전액 폴란드 공장 신설 작업에 투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율촌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한다. 율촌과 ‘유안타제8호스팩’의 합병가액은 2313원이다. 합병 승인 주총은 오는 19일이며 합병기일은 다음 달 22일이다. 합병 후 발행주식 총수는 약 2161만주며, 합병 신주는 9월 8일 상장할 예정이다.

최근 신규 상장 종목의 가격제한폭이 ‘따따블(공모가의 400%)’까지 확대되고,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상장과 동시에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이 대표는 스팩 상장을 택한 자신의 1년 전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결정 당시 꽁꽁 얼어붙어있던 국내 주식 시장을 고려했을 때 폴란드 공장 건설에 꼭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일반 공모란 ‘모험’ 대신 스팩 상장을 선택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했다.

율촌은 2024년 매출 1000억원, 폴란드 공장이 안정 궤도에 오를 2029년 매출 2000억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 나서지 않는 기업은 반드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이 대표는 자체 자금 조달을 통한 R&D는 물론, 중소기업벤처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지원금을 통해 R&D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상장 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 완만하지만 꾸준히 우상향 성장 곡선을 그리는 회사로 율촌을 성장시키겠다고 미래의 주주들에게 약속했다. 그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가능성’만 갖고 그럴싸하게 홍보해 주가를 올리는 ‘뻥튀기’ 경영을 가장 멀리할 것”이라며 “실제로 증명할 수 있는 성과들을 꾸준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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