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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슈거’의 배신? ‘발암물질’ 파장…그래서 먹으면 안된다고? [푸드360]
아스파탐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 좋다고 해서….”

‘제로 슈거’ 음료를 왜 마시는지 묻는다면, 주로 듣게 되는 대답입니다. 실제로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감미료가 ‘0칼로리’라는 점이 이른바 ‘제로 제품’의 마케팅 핵심이기도 하죠. 제로 제품을 내놓는 대부분의 식품기업은 극소량의 인공감미료로 단맛을 낼 수 있지만 칼로리가 없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도 광고합니다.

그렇게 식품업계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된 인공감미료가 바로 아스파탐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을 즐겁게 관리한다’는 ‘헬시 플레저’ 열풍이 불면서, 특히 최근 들어 아스파탐은 식품 등 소비재 기업들의 첨병으로 떠올랐습니다. 음료를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캔디, 술, 건강기능식품까지 가리지 않고 제로 슈거 제품이 출시됐죠.

아스파탐, 음료·과자·술 등 ‘제로슈거’ 제품에 쓰이는 인공감미료
제로 음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예정이라면 어떨까요. 소비자 불안이 커지면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은 물론 ‘감미료 포비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식품 첨가물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는 정보라며, 이를 강도 높게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마치 1989년 사카린 발암 물질 파문으로 주류업계가 끝내 사카린 사용을 중단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자, 하나하나 짚어보죠.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든 여러분의 생각이, 곧 여러분의 선택일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B군 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IARC는 인체에 암을 유발하는 여부와 정도를 다섯 가지 그룹(1·2A·2B·3·4)으로 분류합니다. 1군은 인체 발암성에 충분한 근거가 있는 물질로 술, 담배, 자외선, 석면, 벤젠, 라돈, 미세먼지 등이 포함됩니다. 2A군은 발암 추정 물질로, 우레탄과 고온의 튀김, 붉은 고기 등이 속합니다.

WHO ‘발암가능물질’ 분류 예고 아스파탐, 1980년대에도 ‘논란’
서울장수, 국순당, 지평주조 등 국내 소비량이 높은 막걸리를 만드는 업체들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전면 교체를 검토 중이다. 막걸리 관련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핵심은 아스파탐이 분류될 2B군인데요. 2B군은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고려되는 물질을 말합니다. 가솔린, 전자파, 김치 등을 비롯한 319종이 분류돼 있습니다. IARC는 1300건의 연구를 검토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앞서 IARC는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15년 가공육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한 것이 대표적이죠. 매일 가공육을 50g씩 먹으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적색육이 담배나 석면과 동일한 수준으로 위험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섭취량을 고려하면 WHO가 제시한 위험 기준에 훨씬 못 미칠 뿐더러, 해외 사례와 비교해 적당한 양을 먹고 있다고도 덧붙였죠.

식품업계, “안 들어가” 빠른 대응…막걸리업계는 “전면 교체 검토”
[클립아트코리아]

아스파탐으로 촉발된 인공감미료 암 유발 논란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0년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스파탐 사용을 금지했지만, 1년 만에 무해하다고 재판정했습니다. 그 뒤로 아스파탐은 설탕보다 최대 200배 단맛을 내기 때문에 이후 소량으로 단맛을 강화하는 데 빈번하게 쓰였습니다. 특히 막걸리의 경우 아스파탐이 주원료로 사용됐을 정도니까요.

이렇다 보니 이번 아스파탐 발암 유발 논란의 본질은 아스파탐 그 자체가 ‘절대악’이라는 게 아니라, 아스파탐이 헬시 프레저 열풍과 맞물리면서 마치 “건강에 좋은” 인공감미료인 양 느끼게 만들어 맘껏 섭취해도 되는 물질로 오인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을 겁니다. IARC의 분류도 해당 물질이 얼마나 인체에 위험한지가 아니라, 발암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스파탐 일일권장량 기준 ‘제로음료’ 30캔 넘게 마셔도 암 안 생겨
[Bildquelle]

이는 설탕에 비해 300배나 높은 당도에도 열량이 없어 인공감미료로 인기를 끌었던 사카린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것과 같은 이치일 겁니다. 과거 주류업계가 사카린 사용을 중단한 배경에는, 사카린이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무제한적으로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보호 조치 성격이 강했습니다. 사카린도 아스파탐과 마찬가지로 국제적으로 일일 섭취허용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스파탐 발암 논란이 불거지자, 당장 ‘제로’를 강조했던 식품업계는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펩시 제로를 유통하는 롯데칠성음료는 “펩시 글로벌 본사와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롯데웰푸드·오리온·크라운해태제과 등 국내 주요 제과 3사는 “주요 무설탕 제품에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는다”, “(아스파탐이 극소량 들어 있는 제품에 있어서는)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돌입했다” 등을 적극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막걸리업계인데요. 국내 막걸리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서울장수의 경우 “전면 교체를 검토하겠다”고도 전했습니다. 아스파탐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로 아스파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죠. 제로 열풍의 물꼬를 연 아스파탐은 식품업계에서도 자연스럽게 퇴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1981년 이래로 WHO가 권하는 아스파탐의 하루 권장량은 40㎎/㎏입니다. 즉 몸무게가 60㎏인 성인의 경우 음료별 정확한 성분에 따라 하루에 다이어트 음료를 12~36캔까지 마셔도 권장량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하면서 이 같은 기준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식약처는 IARC의 정확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만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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