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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잡으려고 닥공?” 미국 반도체, ‘120조’ 쩐의 전쟁 [김민지의 칩만사!]
인텔 펫 겔싱어 CEO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두 분야에서 삼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인텔은 회계변경까지 불사하며 삼성의 글로벌 파운드리 2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이를 위해 유럽과 미국에 무려 120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세계 1위 TSMC를 쫓기에도 바쁜 삼성인데, 인텔의 추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오늘 칩만사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쩐의 전쟁’을 주제로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 불모지’에 첫 공장 세우는 마이크론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인도 주정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 구자라트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하기로 확정했습니다. 규모는 27억5000만달러, 한화 약 3조6200억원입니다.

마이크론 [123RF]

마이크론과 인도는 서로 ‘윈윈(win-win)’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앞서 마이크론은 중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터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도는 중국 리스크 확대에 대한 대체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공장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 50%를 인도 중앙 정부가, 20%를 구자라트주가 지원할 예정입니다. 마이크론으로서는 최대 8억2500만달러를 들여 새로운 생산기지를 세울 수 있는 셈이니 이득입니다.

인도 역시 손해는 아닙니다. 이번 마이크론 공장 프로젝트로 5000개의 직접 일자리와, 1만5000개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기 때문입니다. 인도는 그동안 ‘반도체 불모지’로 꼽혔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 첫 사례를 이뤄냈습니다.

특히,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아시위니 바이시나우 장관은 “통상 반도체 공장이 제조를 시작하기까지 36∼48개월이 걸리지만, 인도에서는 18개월 만에 첫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했습니다. 정말 1년 6개월만에 반도체 양산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는 부분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연합]
‘120조원’ 거뜬히 투자…美 인텔 ‘쩐의 전쟁’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인텔, 두 기업이 현재까지 발표한 전세계 생산시설 투자 규모만 120조원이 넘습니다. 말 그대로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엎고 ‘쩐의 전쟁’을 벌이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마이크론과는 비교가 안 될만큼, 인텔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41조원을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며, 폴란드에도 6조원을 들여 반도체 후공정 라인을 지을 예정입니다. 유럽 뿐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32조원을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고, 본거지인 미국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는 약 64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등을 짓고 있습니다.

독일, 폴란드,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는 전부 최근 한달 사이에 발표됐을 정도라, 그야 말로 전세계 주요 거점지에 ‘닥치는 대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셈입니다.

올라프 슐츠(뒷줄 오른쪽) 독일 총리와 팻 겔싱어(뒷줄 왼쪽) 인텔 CEO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독일 마그데부그크 공장 건설 합의서에 체결식에 참석했다. [인텔 제공]

인텔의 목표는 뚜렷합니다. 바로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2위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인텔은 최근 반도체 사업 부문을 팹리스(반도체 설계)·파운드리로 이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인텔이 설계한 시스템반도체를 파운드리에 맡기는 내부 거래에서도 매출이 발생합니다.

회계변경까지 불사하는 이유는 파운드리 매출을 늘려 ‘2030년 세계 파운드리 2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함입니다. 사실상 현재의 삼성 자리를 빼앗겠단 도발입니다. 5년 후 인텔의 신규 공장들이 가동되기 시작한다면, 현재 TSMC-삼성 구도로 짜여져 있는 파운드리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 지 모릅니다.

메모리·파운드리 양 쪽서 압박받는 ‘K-반도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들에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입니다. 견고하던 ‘K-반도체’에 거센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제조 라인 모습[SK하이닉스 제공]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매출 기준 1위 기업은 인텔이 차지했습니다. 인텔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줄어든 111억49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55.7% 줄어든 89억29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전체 반도체 시장 침체 속에서도 메모리 업황 부진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전세계 시장의 70%를 차지한다고 자부하던 D램 시장도 위태롭습니다. SK하이닉스가 무려 9년 만에 D램 시장에서 3위로 밀려났기 때문입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D램 매출은 23억12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31.7% 급감했습니다. 반면 마이크론은 27억22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2위 자리로 올라섰습니다. 점유율도 마이크론은 1분기 23.1%에서 2분기 28.3%로 늘린 반면, SK하이닉스는 27.6%에서 23.9%로 줄며 3위로 내려갔습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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