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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은행發 매물 풍년…‘대조양’처럼 M&A 활로 찾을까
해묵은 숙제 해결한 산은 “대조양 매각 최대성과”
HMM·KDB생명 매각 성사 자신감
퇴로 없는 양대 항공사 빅딜
난기류에도 플랜B 없이 딜 성사에 전력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제공]

[헤럴드경제=김상훈 기자] KDB산업은행이 오랜 기간 큰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한화에 넘기며 큰 산을 넘은 가운데 기업구조조정 부문의 남은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대한 매각 기대감도 높아진 모습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HMM, KDB생명 매각에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한편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였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에서 부정적 기류가 감돌며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산은이 23년간 주인을 찾지 못하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최근 한화를 새 주인으로 맞았다. 한화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1대 주주로 등극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로써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이 기존 55.7%에서 28.2%로 낮아지며 2대 주주가 됐다. 이를 위한 절차는 지난 5월 마무리됐다.

산은으로선 큰 숙제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산은 내부적으로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최대 성과로 치켜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6월 취임한 강석훈 회장 체제 들어서 ‘신속 매각’을 강조하는 기조가 기업 구조조정 내부에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강 회장도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00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3년간 해묵은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를 전격적으로 신속하게 이뤄낸 것을 가장 뜻 깊은 성과”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산은의 기업 구조조정 관련 남은 매물은 HMM, KDB생명, 아시아나항공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최대 빅딜로 꼽히는 HMM의 경우 최소 7조원 이상 추정되는 비싼 몸값과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해운업황이 최대 걸림돌로 꼽히지만, 산은은 매각 성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 매각자문사가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를 대상으로 인수의향을 태핑(사전조사) 중으로,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도 가능하다는 예상이다.

과거 네 차례나 매각 시도가 무산된 KDB생명도 마찬가지로 어느 때보다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미 예비입찰에서 파운틴헤드PE와 WWG자산운용, 캑터스PE 등이 인수의향서(LOI) 제출했으며, 이들은 일부 금융지주사를 SI로 참여시켜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세워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뒤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조선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안갯속이다. 13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독점 심화가 우려된다며 사실상 합병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최근 승인 결정 시점을 또 한 번 연기하기도 했다. 이들 국가 중 한 곳에서라도 승인을 얻지 못하면 합병은 물 건너간다.

문제는 해당 딜이 좌절되면 산은으로선 과거 현대중공업(현 HD현대)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 때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딜 성사를 전제로 구조조정 대상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대한항공에 천문학적 자금 집행했기 때문이다. 또 애초에 딜 구조 자체를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칼에 유리하게 짠 것 아니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산은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에 5000억원을 투입했으며,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출도 내줬다. 2019년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 등 2조9000억원을 긴급 지원했다.

일각에선 양사 통합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혔던 3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3년 전에는 코로나 시국에 항공사 공급이 과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양사의 통합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차라리 산업은행이 더 관리하다가 다른 그룹 계열사 합병을 모색하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은은 현재로선 플랜B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빅딜을 위해 이미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 만큼 퇴로가 없다는 판단으로, 산은과 대한항공 모두 합병 성사 의지를 더욱 키우는 모습이다. 강 회장은 “한진칼 지분 처분 계획을 포함해 무산 이후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지금은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며 플랜B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다”며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awar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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