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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커머스·편의점·경쟁사…‘사방이 적’ 홈플러스가 살 길은? [언박싱]
조도연 홈플러스 브랜드본부장 인터뷰
조도연 홈플러스 브랜드본부장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홈플러스가 위기와 변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마트와는 거리가 먼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로 점포를 싹 바꾸고, 이들이 직접 마트에 오게끔 하는 유인을 찾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e-커머스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유통업계의 판이 흔들리는 데다, 줄어든 파이를 두고 이마트,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과 생존을 위한 경쟁도 부담이다. 홈플러스가 MZ세대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27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홈플러스의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조도연 브랜드본부장(상무)을 만나 롯데, 신세계, 쿠팡 등 ‘유통 공룡’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홈플러스의 생존 전략에 대해 물었다.

“오프라인 쇼핑 결코 안 죽을 것…‘귀찮은 것’ 대신 해주는 것이 마트 경쟁력”
홈플러스가 29일 ‘당당 순살치킨 트윈버거’와 ‘당당 후라이드 순살치킨’을 출시한다. 모델들이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에서 해당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조 본부장은 “속도를 앞세우는 e-커머스와 편의점에 비해 대형마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온라인이 쇼핑 규모가 계속 커지겠지만 오프라인 쇼핑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 쇼핑이나 가공식품 대신 매장에서 직접 원물(原物)을 눈으로 보고 소비하는 쇼핑의 패턴이 이어질 것이고, 이런 점이 e-커머스나 편의점과는 다른 대형마트만의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례로 아기가 있는 워킹맘이 오프라인 매장에 더 자주 방문하고 원물을 따지면서 소비를 하는 이유는 일종의 ‘죄책감’ 때문”이라며 “주중에 바쁘기 때문에 음식을 보다 더 신경 써서 좋은 걸 해주는 것으로 죄책감을 더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MZ세대로 통칭되는 젊은 소비층이 40~50대가 될 때 마트를 찾을 유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조 본부장은 “젊은층이 온라인에서 소비를 많이 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애주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용소득을 고려하면 객단가나 객수가 가장 많은 세대는 결국 40~50대”라고 했다. 이어 “이런 걸 고려해 (마트가) 단순히 젊어지려 하기보다는 앞으로 소비의 주류로 떠오를 젊은 고객들에게 대형마트의 혁신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조 본부장은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고객이 귀찮아하는 것을 대신 해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내세웠다. 그는 “1인 가구 고객이 집에서 직접 요리할 때 고민되는 게 뭔지 조사해보면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옥수수 껍질을 매장에 버리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식으로 고민을 해결해주고 있다”며 “온라인은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온·오프라인 브랜드 마케팅을 분리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홈플러스라는 ‘마더 브랜드’를 선망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는 결국 하나고, 그 지점에서 경쟁사들과 차별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마트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당일 배송으로 그날 저녁 고민을 해결해주는 게 온라인 전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선피커’처럼 오프라인 인프라를 토대로 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매장으로 나와야만 하는 이유를 찾게 하는 것이 궁극적 목적이라는 것이다.

조 본부장은 “결국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서비스와 혁신만이 살길”이라거고 했다. 이어 “(고객이) 오프라인에 와야 하는 이유를 찾아줘야 된다. 예를 들어 양파 세 단에 7000원대로 파는 것보다 한 단을 4000원에 내놓으면 그게 더 잘 팔린다. 킹크랩찜 서비스도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엔 없는 홈플러스 ‘공간 혁신’…비용·불편 감수해야 고객 편의 증대”
올해 2월 리뉴얼 오픈한 경기 수원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북수원점 식품 매장 입구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마트업계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매출 기준 업계 1위와 3위인 이마트와 롯데마트 사이에 낀 2위 홈플러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 본부장은 “(경쟁사와 차이점으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공간의 혁신’이다. 예전에는 고객을 매장 안쪽으로 끌어들여야 하나라도 더 산다고 생각했지만, 젊은 세대의 생각은 달랐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떤 상품이 가장 빨리 나와야 되는지를 고민해 매장 앞으로 끌어내고 그 수고를 우리가 대신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들의 빠른 쇼핑을 위해 동선을 고려해 매장을 재배치한 것이 이마트나 롯데마트가 아닌 홈플러스를 찾아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메가푸드마켓이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은 점포 면적 50% 이상을 식품 매장으로 조성하고, 최근 식문화를 고려해 베이커리 ‘몽블랑제’와 델리·샐러드 코너를 매장 입구에 전면 배치했다.

조 본부장은 “매장 배치를 바꾸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그럼에도 우리가 과감하게 투자를 한 것은 그만큼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MZ세대 고객이 80% 이상 늘었고, 세대를 불문하고 주 3~5회 방문하는 고객이 2배 이상 늘었다. 매일 방문하는 고객들도 있을 만큼 방문 횟수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조 본부장은 또 다른 예도 들려줬다. 그는 “‘월드소스’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리뉴얼 전에는 케첩·마요네즈는 가공식품, 할라피뇨는 수입 코너에 서로 다른 매대에 진열돼 있었다. 이걸 월드소스 매대에 한데 모으니 케첩을 사러 온 고객이 스리라차 핫소스까지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어 “고객이 더 편한 동선을 연구한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매출이 많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세계와 롯데라는 대기업의 품 안에 있는 이마트·롯데마트와는 달리 홈플러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추후 업계에서 입지를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조 본부장은 “브랜드는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중요한 축이다. 26년을 이어온 브랜드의 영속성을 위해 브랜드 강화 전략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홈플러스를 고객 생애주기에 유입시키고 고객이 홈플러스를 동경하게 만들고 고객들의 구매 인지 단계에서 홈플러스를 확실히 각인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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