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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00명 채용확대 ‘립서비스’...비정규직만 늘린 은행들
정부·여론에 등떠밀려 계획 발표
실제론 1분기 정규직 1300명 ↓
이자수익 급증에도 감원 비난에
은행측 “IT인력 구인난 탓” 해명

정부와 여론의 비판에 밀려 채용 확대에 나섰던 시중은행들이 오히려 올 1분기에만 정규직원 1300명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비정규직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나며, 고용 안전성이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인원 감축 이유로 생산성 및 수익성 악화를 들고 있지만, 관련 수치는 되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눈 가리고 아웅하기’ 식의 채용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고용 안정성 악화...1년 만에 정규직원 2600명↓ 비정규직 1400명↑=26일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국내 시중은행 정규직원 수는 5만5853명으로 지난해 말(5만7181명)과 비교해 1400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5만8479명)와 비교했을 때는 약 2600명이 줄어들었다. 이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6만5448명이었다. 최근 5년 새 은행에서 근무하는 정규직원만 약 1만명이 짐을 싼 셈이다.

올해 은행권은 ‘양질의 일자리’를 표방하며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1546명)보다 742명이 늘어난 2288명 규모의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자이익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음에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다. 그러나 채용 확대가 ‘반짝효과’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는 끊이지 않는다. 신규 채용 확대 규모와 비교했을 때, 은행들의 인력감축 속도가 더 빠른 탓이다.

예컨대 5대 은행은 2018년 이후 꾸준히 1000~2000명가량의 신규 직원을 채용했다. 그러나 5대 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2018년 말 7만1303명에서 2022년 말 6만5977명으로 약 5300명가량 줄어들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에 은행권 통틀어 700명 정도를 더 뽑는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몸집을 줄이려는 은행권의 방침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며 “신규 채용을 계속 늘리더라도,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조건을 완화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들은 최근 빠른 속도로 비정규직 비율을 늘리고 있다. 은행권의 노사 합의 및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방침에 따라 계약직을 대폭 축소하던 방침은 2018년 이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분기말 기준 시중은행 비정규직원은 4768명이었지만 올 1분기말에는 6137명으로 1년 만에 1400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7.5%에서 9.9%로 상승해 10%에 육박했다.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 해당 비율이 7.46%에서 7.53%로 0.07%포인트 오른 것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의 인력구조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 “생산성, 수익성 악화에 인력 구조·규모 유지는 무리”=은행권은 비정규직 비율 상승의 경우 IT 등 전문인력 수급에 따른 착시효과가 일부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T 등 정규직 채용이 쉽지 않은 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비정규직 비율 상승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다”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시중은행서 비정규직 비율을 늘려 인건비를 줄이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부 고질병으로 정착한 항아리형 인력 구조와 점포 축소 등에 따라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모바일로의 고객 이동이 진행되며 필요한 인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익성이나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인력 규모를 유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생산성 지표는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이자이익으로 인한 순수익이 크게 늘며, 일부 은행서는 분기 기준 1인당 생산성이 1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실제 각 사 현황보고서 따르면 5대 은행의 직원 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은 올 1분기 기준 평균 93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6900만원)와 비교해 2400만원(34.7%)가량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국내은행들은 제도적 비호 아래서 순수익 창출이 당연하다는 식의 안정적인 구조를 영위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채용 확대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고용 분야의 사회적 책임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또한 일자리 유지 및 고용 안정성 등 지표를 적극 활용한 당근책을 마련하는 등 유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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