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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벼리의 현장에서] 멈춰버린 국회, 애타는 업계

“하지만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까요.”

최근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만드는 스타트업 관계자와 규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이 로봇은 한 편의점업체와 이 스타트업이 시범 운영하고 있는 AI(인공지능) 기반 무인 배송 로봇이다. 정부 주관 ‘서비스 실증 테스트’ 중인 이 배송 로봇은 내년 마지막 단계가 끝나면 상용화의 갈림길에 들어선다.

“중요한 규제는 대체로 개선됐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더 개선돼야 할 규제가 있는지’를 묻자 몇 가지 법안을 말하더니 대뜸 내년 총선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추가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논의 중인데, 내년 총선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는 토로였다. 하루 빨리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업계로서는 그야말로 난처한 상황이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시장에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다. 미국은 물론 일본보다 늦고, 중국과 비교해도 상용화 속도가 더디다.

미국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배송 로봇을 운영하는 스타십테크놀로지의 누적 배달 건수는 지난해 말 400만건을 돌파했다. 미국의 경우 20여 개 주에서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달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일본도 지난해 3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며 배송 로봇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 라쿠텐·파나소닉·세이유, 3개 기업이 로봇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도 규제를 대폭 완화해 배송 로봇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는 무인 로봇 500대를 활용, 현재 누적 배달 건수만 1000만건을 돌파했다.

또 다른 미래 배송 수단인 ‘드론’도 마찬가지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경기 가평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드론 항로 ▷서비스 모델 ▷식별체계 ▷보안 ▷관제 ▷충돌회피 시스템 ▷배송 주소 등 드론 배송을 위한 기술·표준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드론 배송 서비스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이 운영하는 배송 드론 ‘윙(Wing)’은 2019년부터 미국, 호주, 핀란드, 아일랜드 등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통해 최근까지 총 33만건을 배송했다. 미국의 최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는 2020년 코로나19 유행 직후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드론업, 집라인 등 여러 드론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년간 6000건 이상 드론으로 유료 배송을 했다.

이건 단지 배송 로봇·드론 같은 특정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하는 데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마저 짙게 드리우면서 경제적 불확실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짜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더딘 ‘국회의 시간’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당장 국회의 시계는 내년 4월까지 멈출 것이고, 그 사이 업계의 경쟁력은 제자리걸음할 수밖에 없다. 총선이든, 대선이든, 어떠한 정쟁 중에도 국회의 시간은 흘러가야만 한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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