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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 소수점 거래, 투자 나이문턱 낮췄다...10명중 1명 ‘10대’
청소년·어린이 사이서 인기몰이
KB證 10.5%, 10대이하 투자자
최애주 삼성전자...매수액의 12%
비대면 거래·비과세 증여 영향도

#.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지연(가명·35세)씨는 지난달 어린이날을 맞아 두 딸을 위한 주식계좌를 만들어줬다. 김씨는 “아동수당을 아이 앞으로 매월 10만원씩 따박따박 소수점(주식) 구매하는 데 쓰려고 한다. 주식 몇 주로 큰 부자가 되겠냐만은 마음은 든든하다. 아이가 크면 같이 종목도 고르고 경제교육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식을 사고 팔 때 0.5주처럼 1주 미만으로 쪼개서 거래하는 ‘소수점 주식거래’가 청소년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달부터 법정대리권을 가진 부모가 모바일로 손쉽게 자녀명의의 주식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데다 아이들도 소액 용돈으로 수십대만원대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쪼개 살 수 있게 되면서다. 또 매달 들어오는 ‘아동수당’으로 삼성전자 등 국내 주식을 차곡차곡 사서 자녀에게 주식을 선물하는 ‘재테크’ 방법들이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리틀개미 최선호주는 ‘삼성전자’=26일 헤럴드경제가 KB증권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소수점 주식 거래가 국내에 도입된 지난해 9월 26일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약 8개월간 KB증권을 통해 소수점 거래를 한 고객 8만9138명이다. 이중 9359명(비중 10.5%)가 10대 이하 투자자였다. 이 기간 소수점 거래가 아닌 일반 거래하는 10대 이하 비중(3.8%)보다 훨씬 높았다. 서비스 개시 한 달간 30대 이하 투자자 수가 9079명였다는 점을 비교하면, 올 들어 10대 가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소수점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국내 상장된 주식을 0.1주, 0.2주 등 소수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제도다. 이 서비스는 현재 KB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가 제공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올 3월 말 기준), 전체 이용자 수의 약 74.7%가 KB증권 고객인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이하 투자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종목은 ‘삼성전자’다. KB증권 10대 이하 고객들은 약 2억4309만원어치 삼성전자를 매수했다. 삼성전자 총 매수액(19억6722만원)의 1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소수점 고객 10명 중 1명 이상이 미성년자인 것이다. 23일 종가가 56만원대인 LG에너지솔루션은 미성년자 고객들이 둘째로 많이 매수한(7871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현대차(6561만원), 네이버(5788만원), SK하이닉스(3714만원) 순으로 많았다.

소수점 거래 주문 절반도 ‘엄마·아빠’다. 세대별로 살펴보면, 30·40대가 주요 투자층(비중 49.9%)으로 나타났다. 40대(29.1%), 30대(20.8%), 50대(17%), 20대(13%), 60대 이상(9.6%) 순으로 컸다. 전체 매수 상위 종목 1위 역시 삼성전자(19억6722만원)다. 이 밖에도 LG에너지솔루션(13억8776만원), 삼성바이오로직스(11억1088만원), 네이버(9억1015만원), 삼성SDI(8억9077만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식 쪼개니 투자 문턱 ‘확’ 낮아졌다=소수점 거래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탔다. 자산을 불려야 하는 3040 투자자들이 자녀를 위해 5만원, 10만원씩 우량주를 따박따박 투자하는 방식으로 소수점 거래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특히 올 4월부터 미성년자 자녀 명의의 계좌 개설이 비대면으로 가능해지자 소수점 거래 투자 문턱도 낮아졌다. 자녀의 인감, 서류 등을 챙겨 반드시 영업점에 들려야 했던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총 4000만원(10년마다 2000만원)을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로 발생한 수익과 배당금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주가가 상승해 투자금이 불어나면 수익이 모두 자녀에게 돌아간다. ‘맘 카페’에선 ‘매달 들어오는 아동수당으로 10만원어치 삼성전자를 산다’, ‘매월 1만원씩 10개 종목을 아이들 앞으로 사준다’, ‘매월 정기구매하는데 6개월 단위로 종목을 바꾼다’ 등 활용법도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한 회원은 “아이에게 공부하는 책 한 권을 끝내면 본인이 원하는 주식을 1주씩 혹은 소량으로 사주기로 했다”며 “종목을 고르며 대화하니 경제 교육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청소년 시기 제대로 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교육은 금융소비자로서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돕고, 과도한 위험 투자 경향을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며 “상품구조가 복잡한 고위험 고수익 상품 거래의 경우에도 해당 상품에 대한 위험 설명을 적극 요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혜림 기자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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